16일 오후 불광천과 홍제천이 만나는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북단교차로 인근. 주민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있는 하천 변으로 내려가자 악취가 났다. 한강까지 자주 산책을 한다는 주민 박정순(56)씨는 "한강에 가면 냄새가 안 나는데 여기선 악취가 난다"며 "오염된 물이 흐르니 냄새가 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산책로를 따라 불광천 상류 쪽으로 조금 올라가자 냄새가 사라졌다. 불광천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시민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불광천에서 자주 낚시를 한다는 역촌동 주민 김모(60)씨는 "오늘도 붕어를 세 마리 잡았다. 물은 이 정도면 깨끗한 편"이라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불광천 등 하천변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는 하천에 흐르는 물 때문이 아니다. 시는 2008년 불광천 정비사업 이후 유수량 유지를 위해 매일 2만㎥의 한강물을 끌어올려 상류에서 방류하고 있다. 마포구가 공개한 불광천 수질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불광천의 평균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은 3.3㎎/L. 홍제천, 중랑천 등 다른 하천의 BOD도 10㎎/L가 안 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BOD 5㎎/L이하인 1~3급수는 정수처리 후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고, 10㎎/L이하 5급수까지는 정수 후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5급수까지는 악취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악취의 원인은 하천변에 매설된 하수차집관거(下水遮集管渠)에 있었다. 가정 등에서 버리는 하수는 지선하수관, 간선하수관을 거쳐 하천변에 있는 하수차집관거로 모여 물재생센터로 흘러간다. 하수차집관거는 오수와 빗물이 함께 흐르는 합류식인데, 폭우가 쏟아질 때 용량을 초과한 빗물이 하천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수차집관거 곳곳에는 하천과 연결되는 통로가 있다. 이 같은 연결 부위 등을 통해 하수도 냄새가 하천변 산책로로 방출되는 것이다. 하수차집관거에 모이는 하수의 BOD는 150~170㎎/L에 달해 악취가 날 수밖에 없다.
불광천뿐 아니라 홍제천 중랑천 탄천 안양천 등 시내 대부분의 한강 지천을 따라 하수차집관거가 묻혀 있다. 시 관계자는 "과거에는 하수를 하천으로 그냥 흘려 보내 한강 지천에 하수관이 모이게 됐다"며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전후로 하수차집관거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한강물을 정수 처리한 1급수에 가까운 물이 흐르는 청계천에도 악취 문제가 있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청계천관리처 관계자는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있어 올해 악취 취약지역 3곳에 악취저감 공사를 했다"고 말했다. 6,000만원을 들여 개폐식 냄새 차단막을 설치하고 저기압ㆍ고온 시 자동 분사되는 탈취제를 달았다.
박상진 한국냄새환경학회 상임고문(우송대 교수)은 "하수차집관거의 악취까지 신경을 써서 공사를 한 곳은 청계천이 유일하다"며 "우리나라도 생활 수준이 이제 냄새에 민감해지는 단계에 와 악취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관련 시설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하수차집관거를 설치할 때는 산책로 조성을 염두에 두지 않아 지표면과 가까운 곳에 하수차집관거를 묻는 경우가 많아 악취가 발생하고 있다"며 "각 자치구와 협조해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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