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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영리병원 도입 허용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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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영리병원 도입 허용 여부

입력
2011.09.20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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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시끄러웠던 영리병원 도입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최근 취임한 임채민 보건복지부 신임 장관이 영리병원 설치를 옹호한 게 도화선이 됐다. 이 문제는 19일 시작된 올해 국정감사에서 보건분야 최대 이슈가 돼 있다. 정부와 여당은 영리병원 도입을 찬성하는 분위기다. 반면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시기상조"라면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찬성 쪽은 '의료도 산업'이라는 논리를 앞세운다. 의료사각지대 양산 등 반대쪽이 주장하는 부작용은 경제특구 같은 시범지역에 우선 도입함으로써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길태 경희대 교수는 "영리병원 도입은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함께 바이오제약 등 산업발전에도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세계시장에서 미래 유망산업인 의료업 선점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쪽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국민건강을 담보로 모험을 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목소리도 힘을 보태고 있다. 고용창출 등 순기능도 일부 계층에 국한된다는 시각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의료제도는 기본적으로 공공성에 바탕을 둬야 한다"며 "의사와 환자 사이에 신뢰가 깨진 국내 의료계를 치유하는 길은 영리병원이 아닌 무상의료"라고 단정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찬성/ 의료 한국 강점 살리고 고급 일자리 창출에 기여

영리의료법인은 노무현정부에서부터 논의되어 왔던 의료분야의 주요 이슈로 2005년 발족된 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백서에서도 그 필요성과 추진방안을 자세히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7년 동안 정책결정은 되지 않고 수많은 논쟁만 있었다. 관련 언론의 기사만 해도 9,000건을 넘고 있다. 정책결정 없이 논쟁만 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최근 가열되고 있는 논쟁의 초점은 경제특구 안에서 외국인설립 영리법인의 내국인 진료여부와 제주에 내국인설립 영리법인병원 허용여부로 모아진다. 반대 측의 논리는 영리의료법인은 의료의 공공성을 해치고, 경제특구에 허용하면 6개의 경제특구를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즉 일단 허용하면 작은 구멍이 의료공급체계의 미세한 둑을 뚫는 것으로 설명하는데, 이는 국민에 대한 선동이다. 여기서 정부 어느 부처도 영리법인을 국가 전체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오히려 국가적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통제 가능한 경제특구에서 영리법인의 득실을 충분히 실험할 기회이다. 영리법인을 허용하면 부자들의 민간건강보험가입으로 인해 국민건강보험이 붕괴될 것이므로 보장성이 현재 두 배 이상 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논리는 지난 7년간 똑같이 주장되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반대론자들이 원하는 대로 영립법인과 내국인진료는 시작도 못했다. 그동안 건강보험보장성과 공공의료강화에 어떤 업적이 있었는지 반문하고 싶다.

공공의료의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서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할 수 없다는 논리는 다소 궁색할 뿐 아니라 반대를 위한 반대의 논리로 보인다. 경제특구와 제주도에 국한해 허용하는 경우 시스템의 붕괴, 공공의료의 붕괴 및 의료비가 급격히 상승한다는 논리는 너무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 2년 뒤 인천에 최대 600병상의 병원, 제주에 200병상이 들어선다고 가정해 보면, 이들이 과연 우리 공공의료와 보험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정도의 큰 영향을 주겠는가 의심된다. 솔직한 끝장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리의료법인의 긍정적 효과는 의료서비스의 질, 소비자 선택권의 확대로 국민 후생의 증대, 일자리 창출 등이 지금까지 제시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 같은 1차적 효과도 크지만, 의료와 관련된 산업 발전이 더 큰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예측된다. 즉 의료기기, 바이오제약, 유헬스, 건강관리 산업 등의 발전에 촉매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포괄한 바이오헬스융합산업의 세계규모는 2008년 3조 2,000억 달러로 자동차산업의 두 배가 됨을 보면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의료산업을 포함한 서비스산업의 활성화는 한마디로 고용 없는 성장에 효과적 대안이다. 2009년 매출액 1조 원당 고용 규모는 서울아산병원 6,951명, 삼성전자 948명, SK 텔레콤 367명, 신한은행 314명이었다. 최근 5년 간 의료서비스 분야에서 15만4,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해 전체 일자리 증가분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만 초점을 둔다면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제도시행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의료는 미래 유망산업으로 모든 선진국이 역점을 두고 글로벌경쟁이 치열해지는 산업이다. 이러한 글로벌 시장에서 병원기업 없이 경쟁하는 것은 양발을 묶고 100m 달리기 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한국의료시스템과 IT병원시스템은 외국으로부터 높게 평가되고 있다. 아시아 뿐 아니라 최근에 필자가 방문했던 중동 국가에서도 국왕이 직접 관심을 가지고 우리 시스템을 수입하려 한다. 과연 우리 병원들이 그런 경영능력과 시스템이 있는지 궁금하다. 하루빨리 경제특구나 제주에 소재한 병원들을 중심으로 수출병원에 대해서 영리법인제도를 허용해 글로벌시장 선점에 나서야겠다.

끝으로 의료분야에도 자본주의4.0 패러다임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사회의 그늘을 살피고 병원수출의 주역이 될 수 있는 따뜻한 병원기업의 모형을 세계에서 최초로 우리 같이 만들어 보자.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해 외국으로 원정진료를 가지 않도록 하고, 고급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며, 또 빅5병원 중심으로 양극화되어 가는 병원계에 개혁의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반대/ 국민건강 놓고 실험 안돼, 무상의료의 길로 가야

7월부터 한 중앙일간지가 영리병원 도입을 주장하는 기사를 크게 싣고 있다. 여기에 현 정부는 강력한 영리병원론자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하는 강수까지 뒀다. 수년간 영리병원과 관련된 논란을 보고 있자면, 매년 한번씩 모양을 바꿔서 나타나는 독감바이러스와 같다는 느낌이다. 매년 등장하는 영리병원 바이러스에 국민건강을 지켜야 하는 의료인으로서 예방접종 하는 심정으로 문제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영리병원론자 주장은 매년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그 핵심은 ‘의료는 산업이며, 규제를 풀어 투자처로 병원을 활용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 같은 애매모호한 말로 포장해도 누가 돈을 더 버는 정책일까 물으면 답은 분명하다. 병원과 투자자들이 돈을 더 벌 수 있다. 하지만 의료비는 증가한다. 그런데 이걸 왜 국민들이 찬성해야 하나? 지금도 큰 병 나면 병원 가기 무서울 만큼 체감 병원비는 비싸다. 경쟁이 심화하면 의료비가 싸진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는걸 보면 이 문제는 일단락 된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주장은 여전하다.

우선 고용창출을 위해 영리병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투자가 있으니 고용이 당연히 늘겠지만, 여러 연구를 보면 비영리병원등과 비교해 환자대비 의료진의 수 등 모든 부문에서 영리병원은 고용효과가 낮다. 유일하게 고용이 높은 부문은 병원 경영진이다. 물론 병원 경영진의 월급도 영리병원이 더 높다. 즉 영리병원은 고용창출효과도 낮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될뿐더러 주주들과 일부 경영진에게만 유리하단 이야기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영리병원은 이윤배당이 우선이라 인건비를 대폭 삭감하거나 비정규직화하는 것이 관행이다. 즉 그나마 인력창출조차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증가라는 이야기가 된다. 병상당 고용인력이 많고 정규직을 채용하는 곳은 스웨덴처럼 공공병원이 대부분인 나라들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면 공공병원을 더 설립하거나 확대하는 것이 해법 아닌가.

의료서비스 질이 좋아진다는 주장은 어떤가. 영리병원이 돈벌이를 위한 것인 만큼 피부, 미용성형 등 돈벌이가 되는 분야의 의료서비스 질은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필수의료서비스 분야는 반대다. 미국에서는 영리병원 환자가 비영리병원으로 갔다면 연 1만 4,000명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투석환자 같은 만성환자면서 가난한 환자들에 대한 시설과 의료인력충원에는 인색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무상의료국가들이 의료비지출대비 효과에서 미국 같은 의료영리화 모델보다 앞선다는 것도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왜 찬성론자들은 이런 자료를 못 본 척 하는 것인가.

마지막으로 일단 한번 경제자유구역에서 영리병원을 해보고 평가하자는 주장은 어떠한가. 필자는 이처럼 무책임한 주장을 본 일이 없다. 의료제도는 한번 잘못 가면 돌려놓기가 어려운 분야라 공공성이 더 강조된다. 그런데 이미 수 많은 연구논문으로 영리병원 문제점이 증명됐음에도 굳이 망가져 봐야 정신차리겠다는 체험마니아들을 어찌해야 하나. 개인사업이라면 저질러보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한국 의료 근간을 뒤흔들고, 국민건강과 환자생명을 담보로 한 실험은 용납할 수 없다. 경제자유구역이 이미 6군데가 넘고, 내국인진료가 되므로 사실상 전국 영리병원이다. 더구나 공공의료가 7%정도인 한국에서 공공의료확충을 해도 모자랄 판에 영리병원 한번 경험해보자는 주장은 한국 의료를 도박판으로 보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필자는 돈이 없어 환자를 진료하지 못하게 되는 현실, 역으로 돈 때문에 환자를 진료하는 현실이 가장 가슴이 아프다. 대다수 의료인들도 마찬가지로, 돈과 상관없이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꿈꾼다. 그런데 아픈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윤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목적까지 추가하는 영리병원을 어떻게 찬성할 수 있는가. 한국 의료는 이미 의사와 환자 신뢰가 어긋나 있다. 이들이 서로 믿고 치료하고 치료받는 사회로 가는 길은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대다수 선진국이 하고 있는 무상의료로 가는 길이어야 한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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