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5월 산모를 중심으로 발병해 5명의 사망자를 낸 '원인미상 폐손상 증후군'과 관련, 알려진 사망자 외에 영유아들이 같은 증상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적으로 피해사례는 더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원인미상 폐손상으로 가족을 잃은 시민들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일 서울 중구 정동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유아 6명과 산모 2명의 피해사례를 공개했다. 이 중 15~44개월 영유아 5명이 사망했고 1명은 폐질환 환자가 됐다. 유가족들은 이들의 사망 원인 역시 지난달 31일 질병관리본부가 원인으로 지목한 가습기 살균제라고 보고 있다. 사망자들은 평균 12.3개월 동안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고, 발병 후 평균 2.7개월 입원했다가 사망했다고 유가족들은 밝혔다. 짧게는 입원 1개월 만에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2월 급성호흡곤란증후군 패혈증 폐렴 등 10여 개 질환에 걸려 입원 2개월 만에 사망한 27개월짜리 유아는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간 국내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노출됐다. 아이의 엄마는 "폐 관련 가족력도 없었고 아이 건강도 좋았는데 매일 잘 때마다 사용해서 그런지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6월 발병 2개월만에 목숨을 잃은 31개월짜리 유아 역시 28개월 간 살균제를 넣은 가습기에 노출된 뒤 원인미상 폐손상에 걸렸다고 가족들은 추정했다. 성인호흡곤란증후군을 겪다가 2개월만에 세상을 뜬 산모도 4개월 동안 살균제를 사용했었다고 유가족들은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가 원인을 모를 폐질환에 걸렸다는 제보가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다"며 "특히 영유아 사망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 또한 센터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무분별한 화학물질 남용이 낳은 결과로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 피해 규모가 매우 클 것"이라며 보건당국의 대책을 촉구했다. 센터는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과 함께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제보센터를 만들어 실태조사를 하고 가습기 살균제 판매금지캠페인, 피해보상 요구,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가습기 살균제와 원인미상 폐손상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라며 "추가로 공개된 영유아 사례를 포함해 전 의료기관을 상대로 사례를 수집하고 확인, 판정해 결과를 공개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에서 수년 전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폐손상의 원인으로 지적했었다는 일부 유가족의 주장에 대해서는 "의료계 지적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부인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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