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의 전력난은 사상 최악이다. 도호쿠(東北) 대지진 등 참혹한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발전소 가동이 상당부분 중단된 때문이다. 그러나 민관이 자발적인 절전에 동참, 국가적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있다.
3월11일 도호쿠 대지진으로 도쿄를 비롯, 인구 3,500만명의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는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과 일부 화력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됐다. 지역별, 시간대별로 즉각 전력 제한송전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사태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여기에 도카이(東海) 지진 진원지에 위치한 오마에자키 원전이 가동중단되고, 정기점검을 위해 일시 가동중단된 원전들도 주민 반발 등으로 재가동되지 못했다. 현재 원전 54기중 42기가 멈춘 상태다.
정부는 무더위로 전력수요가 높아지는 7월1일부터 수도권과 도호쿠 지역 기업 및 사무실 등에 지난해의 최대사용전력과 대비해 15% 절전을 의무화하는 전력사용제한령을 37년만에 발동했다. 발동 이틀전인 6월29일 도쿄의 최고 온도는 35도까지 치솟으면서 전력수요는 최대 공급능력(4,900만㎾)의 93%인 4,750만㎾까지 치솟았다.
블랙아웃의 위기상황이 닥치자 관공서와 회사,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 지하철과 전철은 낮 시간대 운행 횟수를 80%대로 줄였고, 역 대부분은 하향 에스컬레이터 운행을 중단했다. 승객들은 노약자용 엘리베이터 이용을 자제하고 계단을 오르내렸다. 일본 제일생명은 본점을 비롯한 수도권 점포와 도호쿠 지점 천정 전등을 모두 회수한 뒤 1만2,000명의 직원에게 절전효율이 뛰어난 LED 조명 스탠드를 지급했다.
관공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무성 등 공공기관의 복도는 낮시간대 비상구 전등만 남기고 껐다. 도쿄도청은 일부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단했다. 환경성은 휴일인 토요일에 근무하고, 평일에 돌아가면서 휴무를 하는 토요집중 근무제를 도입,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것을 막았다. 도요타 자동차도 목, 금요일 휴무제를 도입했다.
이런 전방위적인 노력으로 일본은 지난해 대비 21% 절전이라는 목표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이달 9일 전력사용 제한령 해제가 가능했던 이유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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