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와 미네소타의 경기가 열린 양키스타디움. 양키스가 6-4로 앞선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수비. 메탈리카의 '엔터 센드맨'이 장중하게 흘러나오는 순간 140년 메이저리그의 새 역사를 예감한 양키스 팬들의 환호는 절정을 이뤘다.
양키스의 '수호신'마리아노 리베라(42)가 개인 통산 602세이브째를 달성하며 이 부문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대기록 앞에서도 침착하게 마운드에 오른 리베라는 첫 타자 트레버 플루프를 5구 만에 2루수 땅볼로 요리했다. 다음 타자 마이클 커다이어 역시 5구째에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그리고 마지막 타자 크리스 파멜리를 상대로 주무기인 커터(컷패스트볼)을 3개 던져 스탠딩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올시즌 43번째이자 개인 통산 602세이브째를 기록하며'지옥의 종소리'트레버 호프먼(601세이브)을 제치고 이 부문 통산 1위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이 된 리베라는 담담한 표정으로 포수 러셀 마틴에게 향했고, 마틴은 진한 포옹으로 축하를 건넸다. 이어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그를 껴안았고, 양키스의 모든 선수들이 마운드로 몰려 와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다. 리베라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기록이다.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팀 동료들과 신에게 감사한다. 난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타자의 방망이를 부러뜨릴 정도로 위력적인 커터가 전매특허인 리베라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마무리로 평가 받는 선수다. 여기에 큰 부상 없는 꾸준함과 성실함이 그를 최정상에 올려 놓았다. 1995년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리베라는 데뷔 첫 해 선발로 나와 5승3패에 평균자책점 5.51을 기록한 뒤 이듬해에는 중간 계투로 뛰었다.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리베라는 2002년(28세이브)을 제외하면 매년 30세이브 이상을 올려 든든히 팀의 뒷문을 지켰다. 올시즌을 포함해 40세이브 이상을 달성한 것도 8시즌이나 되고, 그 중 두 차례(2001년, 2004년)는 50세이브를 넘겼다. 메이저리그 사상 4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시즌이 리베라보다 많은 선수는 트레버 호프먼(9차례)이 유일하다.
세이브 숫자뿐 아니라 통산 평균자책점도 2.22에 불과할 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한 '철벽'으로군림했다. 리베라는 세이브 요건을 갖춘 상황에서 등판한 674경기에서 633번이나 팀 승리를 마무리하며 양키스를 '제국'으로 이끌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리베라는 세이브(42개)와 평균자책점(0.71), 등판(91차례) 기록에서 1위에 오르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총 5차례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었고, 1999년에는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기도 했다.
앞으로 늘려갈 숫자마다 새로운 역사가 될 리베라의 세이브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깨지기 힘든 대기록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현역 메이저리거 중 리베라에 이어 많은 세이브를 올린 선수는 323세이브를 기록 중인 프란시스코 코데로(신시내티)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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