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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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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

입력
2011.09.2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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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서양 오페라를 답습한다면 아시아의 오페라 극장은 서양 오페라단의 좋은 시장일 뿐입니다." 장수동(54)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의 지론은 자의식이 아니라 자부심의 독특한 표현이다. 동양 최대의 시장, 중국까지 꿰뚫고 있는 그는 이를테면 용광로다.

그에게 오면 서양의 고전적 작품은 지금 이곳의 이야기가 된다. 바로크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가 서울 지하철 옆 가난한 남녀의 이야기로 거듭난다. '라 트라비아타'의 배경은 현대적인 향락 공간으로 화한다. 서양의 렌즈를 투과한 서양 오페라가 주류 상품인 우리 오페라 시장과는 거리가 있다.

최근 그는 중국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 2,3일 그는 자신의 오페라단을 이끌고 창춘 동방대극원에서 장일남 작곡의 오페라 '춘향전'을 공연해 중국에서의 입지를 더욱 굳혔다. 중국 문화부의 해외 문화교류 담당 부서 '중외문화교류중심'이 지난해에 이어 초청한 결과다. 중국에서 그는 '한국의 오페라를 중국에 심은 사람'으로 통한다.

장 감독은 "지난해 베이징 국제음악제에서 제가 아시아 버전으로 만든 '리골레토'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그 작품을 디아스포라의 심정으로 번역해 동양적 이미지를 강조한 전략이 중국인들에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의 연출 방식이 중국 오페라 시장을 움직인 것이다. 그들의 문화적 욕구를 읽은 결과다.

"뮤지컬 '뮬란'등 서양의 테크닉을 적극 활용한 중국의 창작 뮤지컬은 문화적 욕구는 물론 상업적 욕망까지 당당히 천명하는데 이른 그들의 현재를 정확히 반영합니다. 지금은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새 버전의 '뮬란'이 2013년을 겨냥해 제작되고 있죠."

그가 전하는, 중국 문화의 '과격한 상업화' 양상이다. 그 과정은 세 가지 차원으로 진행된다. "국가대극원에서 '유삼조 이야기' 등 공산주의를 주제로 한 창작 오페라를 1년에 두 번 내놓고 있어요. '뮬란' 등 중국인을 주인공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 있고, '캐츠' '오페라의 유령'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류가 있죠." 국가대극원 외에도 상하이, 광저우, 항저우, 시안에도 오페라극장 격인 대극원이 최근 5년 새 잇따라 지어져 20여곳을 헤아린다. 이밖에 베이징 오페라(경극), 월극, 곤극 등 전통 가극까지 중국은 오페라의 범주에 넣는다. 중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오페라(歌劇)'라 할 때는 그 모두를 포괄한다고 그는 전했다.

"우리 이야기를 오페라에 담아야죠. 오페라는 더 이상 일부 향유자들만을 위한 음악이 아니잖아요?"허규, 오태석, 오현명, 심우성 등 우리 공연 예술계의 거장들로부터 직접 비법을 전수받은 무릎제자의 당연한 권리고 의무다.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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