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적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내려다보고 싶은 것은 모든 군사전략가들의 꿈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원래 놀이나 주술용으로 만들어진 연(鳶)이 곧 군사용으로 전용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BC 200년쯤 한 고조 유방 때 반란군 진희를 돕기 위해 한신이 띄워 유방 거처까지의 공격거리를 측정했다는 것이 기록에 나오는 연의 첫 군사적 사용사례다. 우리나라에선 고려 말기 최영이 탐라의 반란 몽고인들을 정벌할 때 연을 띄워 성안을 정찰하고, 나아가 어린 군사를 연에 태워 보내 성안에서 문을 열도록 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 18세기 프랑스인 몽골피에 형제가 고안한 수소 열기구(熱氣球)도 즉각 프랑스군의 정찰무기로 차용돼 실전에서 활용됐다. 특히 19세기 미국의 남북전쟁은 남ㆍ북군 양측이 서로 앞다투어 정찰용 기구부대를 운용한 기구전쟁이었다. 당시 기구를 타고 오른 하늘에서 적을 먼저 발견하고 깃발신호를 이용, 아군의 사격 타이밍과 방향을 지휘하기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현대적 공중조기경보통제(AEW&C) 시스템의 원조라고 할만 했다. 열기구는 비행기가 전쟁무기로 본격 등장한 20세기 초 1차 세계대전까지도 비행기와 함께 적정 정찰임무를 분담했다.
■ 이후 고고도 촬영 등을 통해 정밀정찰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가던 공중정찰 기능은 1970년 전후 미국의 E-2, E-3기가 등장하면서 또 한번의 전환점을 맞는다. 전투기의 고성능화, 미사일의 발달 등에 따라 한가하게 적정을 살피는 수준을 넘어, 적의 순간적인 대량공격에 시간차 없이 실시간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한마디로 하늘에 띄운 고성능 레이더가 공중조기경보통제시스템이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므로 지형과 날씨, 장애물 등으로 인한 지상레이더의 사각(死角)한계를 극복, 육ㆍ해ㆍ공의 모든 이동표적을 식별할 수 있다.
■ 지난달 도입된 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Peace Eye)' 1호기가 운용비행 등의 과정을 마치고 마침내 오늘 공군에 인도된다. 1980년 소요제기한지 무려 30여 년만의 숙원 해결이다. 미군의 E-3에 비해 지휘관제기능은 다소 제한적이지만 전혀 시차 없이 한반도와 중ㆍ일 지역까지 커버하는 탐지능력은 오히려 월등한 것으로 평가되는 장비다. 국내 조립 중인 2~4호기가 내년에 모두 확보되면 우리 군의 24시간 독자감시 및 정보능력은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2015년 전시작전권 이양에 앞서 지휘구조 개편보다 시급한 게 바로 이런 일들이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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