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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른여섯 살 민방위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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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른여섯 살 민방위를 아시나요

입력
2011.09.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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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인구 900만명의 사회복지 선진국 스웨덴 국민들이 민방위 활동을 하면서 지표로 삼고 있는 말이다. 언뜻 당연한 말 같이 보이지만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 소속돼 있는 현대인들, 특히 남북 분단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1975년 민방위 제도가 도입된 지 22일로 36년이 된다. 시대와 주변 상황에 따라 다소의 부침은 있었지만 390만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민방위대'는 국가안보와 위기의 재난 현장에서 그 역할과 소명을 수행해왔다.

20, 30대 젊은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나라 민방위대는 국가 방위의 핵심요소로 민간인 자위조직체다. 전쟁이든 재난이든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모든 요소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예방활동을 전개하거나 수습활동을 지원한다.

이런 민방위 본질은 나로부터의 시작이다. 그렇게 습득한 역량을 이웃과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며 희생과 봉사를 하는 것이다.

민방위대는 지역의 재난 예방과 대비 활동을 주요 임무로 수행한다. 비상시에는 지역의 리더로서 주민을 대피시키고 재난현장에 직접 출동하여 활동을 한다.

지난 10년간 각종 재난발생시 무려 37만1,000명의 민방위대원들이 자율적으로 동원되어 재난 복구에 앞장섰다. 지난해 폭설 때는 6만9,000명이 동원돼 응급복구에 동참한 바 있다.

우리나라 민방위는 규모면에서나 조직운영측면에서 다른 나라의 학습대상이 되고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민방위에 대한 외국 언론의 관심이 국내언론보다 높았던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평화가 정착된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재난대비를 위해 민방위태세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9ㆍ11테러 이후 국토안보부를 창설해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있고 일본은 우리나라 민방위기본법을 벤치마킹해 국민보호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더욱이 유럽 선진국 대부분은 냉전체제의 해체에도 불구하고 비상대비 체제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의 안보는 단 한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난 또한 점점 대형화, 복잡화되어 가고,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사태가 빈발해 인명과 재산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민방위를 더욱 강화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우리는 최근에 있었던 중국 쓰촨성 지진과 일본 동북부 지역의 쓰나미 사태에서 현대과학의 한계를 보았다. 지도의 한 축을 쓸어가 버린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재래식 장비나 인간자원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실감나게 보고 느꼈다. 민방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시에 비축된 자원과 역량이 일사 분란한 지휘체계를 통해 위기를 수습하고 복구하는데 필요한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의 상황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 그리고 주변 국가간 보이지 않는 긴장관계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방위제도는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진부한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가가 튼튼해야 국민도 안전하다. 민방위는 군, 예비군과 더불어 국가방위의 핵심요소이다.

'나는 나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민방위대 창설 36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미래재난에 대비하는 스웨덴 국민의 성숙한 국민의식과 책임의식이 가슴 언저리에 머문다. 창설기념일을 계기로 국민 모두가 민방위의 본질을 이해하고 생활 속에서 새롭게 인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기환 소방방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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