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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마저… '오바마 회의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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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마저… '오바마 회의론' 고개

입력
2011.09.2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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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서부지역 정서를 대변하는 시카고트리뷴은 3년 전 창간 160년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시카고가 정치적 고향인 버락 오바마 후보였다. 시카고 트리뷴이 이번에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내년 재선 출마에 대한 의무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출마 포기를 권하는 기명 칼럼을 게재했다. 오바마를 링컨에 비유하며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지도자로 평가했던 논조가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민주당에도 오바마 회의론이 퍼져 있지만 이런 노골적 주장이 친오바마 진영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다. 19일 보수언론 폭스뉴스와 온라인 매체들은 오바마의 고향 신문이 깜짝 놀랄 충고를 했다며 이 소식을 전했다.

스티브 채프먼 논설위원이 쓴 칼럼은 '왜 오바마는 물러나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18일자에 실렸다. 그는 경제는 신음소리를 내며 침체하고, 실업률은 올라가며, 부동산 압류는 유행이 됐고, 가난한 사람은 담배 한 대 구하기조차 어렵다는 말로 오바마의 실정을 질타했다. 높은 실업률을 딛고 재선에 성공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1984년 슬로건 '미국에 다시 찾아온 아침'에 빗대 오바마의 슬로건으로 광산의 한밤중이 어울린다고도 했다. 채프먼은 오바마에게 좋은 소식이 하나 있는데, 헌법을 확인해보니 의지에 반해 재선에 출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선택이 합리적일 수 있다면서 해고되기 전에, 모멸을 받기 전에 선거를 포기하라고 권했다.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면 유권자들은 '버락 후세인 오바마'의 가운데 이름을 대공황 대처에 실패한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 이름을 따 '후버'로 바꿀 것이란 위협도 했다.

채프먼은 오바마를 대신할 후보로 경제 문제로 비난 받지 않을 능력이 있고, 오바마와 달리 쉽게 타협하지 않는 강인함을 갖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적격자로 꼽았다. 일자리 파괴가 아니라 독재자 축출에 여념이 없는 클린턴이 쉬운 정치적 상대가 아니라면서, 남편 빌 클린턴이 재임 시 경제 호황을 일군 점까지 장점에 포함시켰다.

텍사스 출신으로 하버드대를 나온 채프먼은 최근 두 차례 오바마 비판 칼럼을 썼지만, 마치 배신당한 사람처럼 갈수록 독해지고 있다. 그는 8일 오바마의 일자리 방안에 대해 더 많은 예산을 소비하고 더 많은 세금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차갑게 반응했고, 8월에는 오바마를 재임 시 별다른 업적을 거두지 못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에 비유하며 깊이도 없고 유약하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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