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동해에서 고래들이 대량으로 불법포획 되는 뉴스에 화가 나서 '고래호텔'이란 시를 써 발표한 적이 있다. 울산 앞바다를 오가는 고래들만이라도 편안히 쉬어갈 수 있는 고래호텔을 짓고 싶다는 내 바람을 담은 시였다. 투숙하는 고래를 위해 청정해역의 룸과 중금속에 오염되지 않는 싱싱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밤에는 고래를 위한 연주회와 시 낭독회를 열어주고 싶었다.
비록 시인의 상상이긴 하지만 미래엔 고래호텔이 울산바다 고래바다에 들어설 것이라 나는 믿는다. 꿈이지만 고래호텔이 들어선다면 얼마나 환상적인 건물이겠는가. 최근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와 고래축제를 가진 울산 남구에 비영리재단인 '고래문화재단'이 만들어지고 있다.
고래문화재단이라니! 나는 행정이 그처럼 시적인 신선한 발상을 했다는 것이 신이 났다. 고래문화재단은 고래축제를 포함해 고래와 관련한 각종 행사를 책임진다고 한다. 고래문화재단이 생기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울산이 최초다.
세계적으로도 고래 같은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는 단체는 있지만 고래란 이름을 단 문화재단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으니, 아마 세계 최초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행정이 시인의 상상력을 현실화 시켜주는 일에 더 많은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 시인은 상상력이 터무니없을지라도 그 속에는 '꿈'이 있다. 꿈꾸는 사람만이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했으니 고래호텔도 가능한 일이리라.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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