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까지 도지사를 지낸 A씨는 퇴임 한 달 만에 유통회사인 G사 자문으로 갔다. 도지사와 유통업은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해당 도는 2008년 이 회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식재료를 거래하고 있다.
국방부에서 공군 전력기획참모부차장, 공군 정보화기획실장 등을 지낸 B씨는 퇴임 하루 만에 방위산업체인 S사 고문으로 취업했다. S사는 지난해 10월 군전술정보통신체계(TICN) 사업, 지난 4월 ‘대대급 이하 전투지휘체계사업’의 우선협상대상업체로 선정됐다.
퇴직 후 취업제한제도에도 불구하고 퇴직공직자 10명 중 6명은 자신이 근무했던 부처 관련 업체에 취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방부 출신 고위공직자들의 관련 사기업 진출 비율이 높았다.
참여연대가 19일 발표한 ‘퇴직후취업제한제도 운영 실태 보고서 2011’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 125명 중 74명(59.2%)이 퇴직 전 재직한 부처와 관련 있는 업체나 협회에 취업했으며, 이 중 29명(23.2%)은 퇴직 전 업무와 연관성이 큰 취업제한 업체에 취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125명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010년 6월 1일~2011년 5월 31일까지 1년간 취업이 가능하다고 통보한 145명 중 업무 특성상 연관성을 분석하기 어려운 감사원 대검찰청 국가정보원 퇴직자 22명을 제외한 인원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급이나 직무분야에 종사했던 공무원 등은 퇴직일로부터 2년 동안 퇴적 전 3년 이내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과반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으며, 특히 국방부 퇴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부처 중 관련 업체에 취업한 퇴직자 수는 국방부가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 같은 기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업무 연관성을 이유로 취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17건 중 12건이 국방부와 방위사업체 퇴직자로 가장 많은 제재를 받았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퇴직자들이 자신의 업무와 직접 연관성은 없지만 부처의 업무와 관련된 업체로 취업해 규제를 피하고 있다”며 “고위공직자는 업무 연관성을 넘어서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업무 연관성을 폭넓게 제한하고, 취업제한 대상 기관의 자본금 기준 등도 축소해 적용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아직 보고서 내용을 다 파악하지 못했다. 확인 중이다”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공직자들의 전관예우였다”며 “퇴직후취업제한제도를 더욱 엄격히 적용해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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