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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무역상 '먹튀'에 북중경협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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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무역상 '먹튀'에 북중경협 흔들

입력
2011.09.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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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 바람이 최근 강하게 불고 있지만, 북한 업체들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등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늘어나면서 중국 무역상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인 사이에는 북한에 대한 불신과 경협 회의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양국은 6월 황금평과 라선시 공동개발 사업을 시작하면서 구체적인 경협을 가시화하고 있지만 신의주와 마주한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다롄(大連) 등에서는 북한의 군부ㆍ경제위원회 산하 대표 업체들과 거래했다가 돈만 떼이는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단둥에서 무역업을 하는 중국인 뤼펑원 (盧峰文ㆍ60ㆍ사진) 단둥씽펑(興峰)무역유한공사 대표는 5월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 조선민족경제협조위원회가 운영하는 조선백설무역회사 고위 관계자로부터 쌀 수출 협조 요청을 받았다. 뤼 대표는 대북무역의 위험을 알고 있었지만, 북중경협 활성화 분위기에 따라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에서 쌀 477톤을 조달, 백설무역에 제공하고 대신 북한산 무연탄 2,360톤을 받기로 계약했다. 뤼 대표는 6월 중순까지 3회에 걸쳐 약속했던 쌀 전량을 보내고 북한에서 발신한 팩스로 인수 확인서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 뒤 백설무역은 연락을 끊어버렸다. 몸이 단 뤼 대표는 백방으로 뛰며 연락을 취했고 마침내 백설무역으로부터 한 장의 팩스를 받았다. 팩스에는 백설무역이 단둥씽펑무역과 쌀 수입 계약을 한 적이 없고 인수증도 보내지 않았다고 돼있었다. 황당한 오리발 답변을 접한 뤼 대표는 북한인 직원을 채용, 북한에 보내 현지에서 백설무역과 접촉하도록 했지만 그 직원마저 연락이 두절됐다. 그러던 중 뤼 사장은 이달 15일 팩스 한 장을 다시 받았다. 뤼 대표가 보낸 쌀의 원산지가 한국으로 판명돼 호위부에 압수되고 사업계약도 취소됐다는 것이다. 북한인 직원도 40일간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사례는 뤼 대표 말고도 많다. 재중동포 사업가가 운영하는 다롄(大連)쓰하이퉁(四海通)국제무역유한공사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가 운영하는 봉화총회사에 55만달러 상당의 300마력 어선 1척과 13만달러 상당의 어망ㆍ어구 등을 일본에서 구매해주고 대신 이 어선이 어획하는 모든 어류를 인수해 중국, 한국 등에 수출키로 계약했다. 박태호 북한 봉화총회사 부총사장과 최병관 3사장이 다롄을 방문, 사업의 신뢰감을 심어주었고 단둥 압록강에서 어선을 인수했다. 이들은 그러나 북한으로 돌아간 뒤 연락을 끊었고 결국 이 재중동포 사업가는 눈 뜬 채 사기를 당하고 말았다.

북한에 돈을 떼인 사업가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단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중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해도 시큰둥한 반응이 많다. 심지어 돈을 떼인 재중동포들이 사태 해결을 위해 북한을 찾았다가 실종된 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거래했다가 손해를 본 한 중국인 무역상은 "북한이 금강산 관광 사업 관련 재산을 압류했듯, 중국 상인과의 무역에서도 고위인사를 들먹이며 그럴듯하게 속이고 있다"며 "북한에 투자하거나 대북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달려가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단둥·다롄(중국 랴오닝성)= 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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