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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7곳 영업정지 후폭풍/ 정상영업 토마토2에도 "돈 빼달라" 몰려 하루 416억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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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7곳 영업정지 후폭풍/ 정상영업 토마토2에도 "돈 빼달라" 몰려 하루 416억 인출

입력
2011.09.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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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 사태 때도 금융당국이 괜찮다고 자신했던 계열 저축은행들이 이틀 만에 박살이 났잖아."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토마토2저축은행 선릉지점. 60대 여성 고객은 정상영업을 하는 모습을 뻔히 보면서도 "불안해 견딜 수 없다"고 했다. "번호표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주부도 있었다.

토마토2의 명동지점에서 만난 임모(62)씨는 "3,000만원 넣었어. (영업정지) 아니라는 거 알지만 이것 봐, 불나방처럼 달려들면 멀쩡해도 다 죽어. 가만 앉아있을 순 없잖아"라며 안절부절못했다. "영업정지 아니다", "정상영업 중이다", "이자까지 다 받을 수 있다"는 직원들의 고성은 떼로 몰려와 우왕좌왕하는 1,000여명 고객의 맘을 붙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불신의 골이 워낙 깊기에 일시적인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은 막을 도리가 없었다. 토마토2저축은행은 전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7개 영업정지 저축은행에 들지도 않았다. 더구나 행여 영업이 정지된 토마토저축은행과 헷갈릴까 봐 금융당국이 별도법인이라고 못 박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6.52%인 우량 저축은행이라고 강조까지 했다.

그러나 영업정지 발표 다음 날인 19일 토마토2의 5개 영업점(서울 명동ㆍ선릉, 부산본점, 대구, 대전)에는 며칠 뒤에나 가능할지 모를 예금 인출용 번호표를 받아가려는 수천명의 인파로 넘쳤다. 대구에선 인근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이날 빠져나간 돈만 416억원, 평소(20억원)보다 20배나 많았다. 전체 예금(1조5,000억원)의 3% 가량이 몇 시간 만에 인출된 셈이다.

급기야 급한 불을 끌 요량으로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각각 토마토2 지점을 찾아 2,000만원씩 정기예금을 들었다.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은 "토마토2의 인출금액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기관장들이 직접 예금을 들며 설득하는 상황이라 당장의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차분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관건은 이날 번호표를 받아간 고객들의 선택이다. 김난식 토마토2 명동지점장은 "현금 5,000억원을 확보했으니 하루 최대 250명으로 제한하면 5일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긴급자금까지 더한다면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날 7개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전국 22개 지점은 분노와 좌절, 속절없는 아우성으로 뒤범벅이었다. 전날 밤부터 각 저축은행 앞에 장사진을 이룬 예금자 상당수는 노인이었다.

"조금이라도 높은 이자를 받으려 7,000만원을 맡겼는데, 누가 책임지느냐"(부산 파랑새저축은행의 70대 고객), "5,000만원 이하지만 돈을 찾는 과정이 피곤하다. 부실을 방치한 정부가 싫어 호주로 이민을 떠나련다"(서울 제일저축은행의 60대 여성 고객), "이자가 많다는 말에 속아 후순위채권에 돈을 넣었다"(서울 프라임저축은행의 70대 고객), "아들 대학 등록금을 날렸다"(인천 에이스저축은행의 40대 주부) 등 셀 수 없는 사연이 쏟아졌다.

올해 초 9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를 지켜봐 학습효과가 생겼을 법도 한데 비슷한 피해가 여전한 데 대해 예금자들은 저축은행의 위선과 금융당국의 무사안일을 질타했다. 서울 가락시장 상인 김모(45)씨는 "토마토저축은행은 최근까지도 BIS 비율 8%라고 거짓말했다"고 성토했고, 주부 김모(52)씨는 "5월에 돈을 빼려다가 정부가 안전하다 하길래 그냥 갖고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금융당국은 170여명의 직원을 영업정지 저축은행에 파견해 하루 몇 차례라도 설명회를 열어 예금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불신과 불안에 찌든 마음 속 응어리까지 녹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행히 정상 저축은행에는 관련 문의와 상담만 폭주했을 뿐 눈에 띄는 예금 인출은 없어 뱅크런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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