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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여고·단국대 진로진학 탐색 프로그램 가보니…"판사가 꿈이라면…사회정의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입력
2011.09.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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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어떤 꿈, 진로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면접관)

"저는 어려서부터 판사가 되고자 하는 꿈을 키워왔습니다." (학생)

"법관에게는 어떤 자질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면접관)

"음…,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싶어하는 마음도 중요할 것 같고…, 저…."(학생)

17일 충남 천안시 단국대 천안캠퍼스 내 학생극장. '고교생을 위한 진로진학탐색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입학사정관 전형 모의심층면접이 한창이었다. 긴장감으로 목소리가 떨리는 가운데서도 차분히 답변을 이어가던 이모(17)양은 진로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 말문이 막히자 얼굴이 발갛게 상기됐다. 맞은 편에 자리를 잡은 입학사정관 세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참가학생의 답변을 파고드는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그 사회정의가 정확히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존경하는 법조인이 있습니까", "꿈을 위해 그 동안 해 온 노력이 있다면", "법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알고 있나요", "악법도 법이라는 명제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등. 객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300여명 학생의 얼굴에 '남일이 아니다'는 근심이 스쳤다.

이날 행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된 고교-대학 연계 진로탐색 프로그램으로 북일여고 창의인성상담부와 단국대 입학사정관팀이 공동 기획했다. 북일여고 1,2학년생 전원이 단국대를 방문해 명사의 진로특강, 각 전공 교수들의 전공특강 등을 듣고 입학사정관제 면접을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학생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것은 단연 모의심층면접. 선착순으로 자원한 학생 5명이 면접에 임했고, 나머지 학생들은 객석에서 이를 지켜봤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자신의 꿈'에 대한 질문세례에 당황한 이양이 "주로 공부를 하느라 아직 많이 고민해보지 못했지만 앞으로 저 자신을 발견해 나갈 것"이라고 답하자 평가서에 메모를 하는 입학사정관들의 손이 바빠졌다.

면접 후 입학사정관들은 "인성 측면에서 사회성과 이타성이 충분한 학생이라고 평가되나, 진로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양은 "면접과정을 통해서 내가 무엇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놓치고 있었는지 분명히 알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들이 공개한 평가 기준은 ▦얼마나 분명한 진로계획과 동기를 세웠는가 ▦실천의지는 어떤 수준인가 ▦구체적으로 노력해온 내용은 무엇인가 등이다.

조동헌 단국대 전임입학사정관은 "예전 입시에서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했을지 몰라도 입학사정관제 도입 이후, 같은 조건이라면 일관성을 가지고 체험, 봉사, 동아리 등 여러 활동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해온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역사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이 꾸준히 지역사회 문화재를 탐방하고 잘못된 안내문 등을 발견해 시청, 구청 등에 의견을 개진하고,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낸 경우 호평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학교현장에서 진로진학 관련 체험학습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입시 환경의 변화 탓이다. 강익수 북일여고 교장은 "모든 학생들이 막연한 꿈은 있지만 꿈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실현하느냐는 쉽지 않은 과제"라며 "다양한 직업, 전공학과 탐색을 통해 목적이 있는 공부, 의미가 있는 공부를 하도록 계기를 마련해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입시 조언에 그치지 않았다. 시인 고은씨(단국대 석좌교수)가 특강을 열고 인생의 조언을 던졌다. 그는 미래를 고민하는 소년, 소녀들에게 5가지를 부탁했다. "많이 걷고, 기억력을 키우고, 일기를 쓰고, 어려운 친구를 가까이하며, 별과 바다를 사랑하라"는 것. 그는 "청년들이 자신의 신체 일부를 룸펜으로 전락시키지 말고 늘 살아있는 몸과 정신으로, 자신의 꿈을 서술해 나가는 주체가 되길 바란다"며 "그러면 남을 이기고 점령하는 힘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근원적 힘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찾고, 이를 실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눈이 빛났다.

천안=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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