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복지후생비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6개월 넘도록 표류하고 있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공기관의 복지후생비에 부과하던 보험료 집행을 올해 중지하면서 건보료 손실은 커져, 올해에만 최소 1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무총리실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공무원 복지후생비에 건보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로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복지부는 건보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가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총리실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총리실은 "소송이 제기돼 법원에서 판가름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소송이 제기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설사 소송이 제기된다고 해도 대법원 판결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핑계로 법규정비를 미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발단은 2월 10일 법제처가 "공무원 월정직책급과 특정업무경비, 맞춤형복지비(복지포인트)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액이 아니라 조직운영을 위한 경비이거나 실비변상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보수에서 제외된다"며 건보료를 부과해서는 안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부터다. 이에 복지부는 3월 11일 건보공단에 공문을 보내 건보료 부과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일반직장인은 복지후생비에도 건보료가 부과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고 정부가 다시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은 이전부터 복지후생비를 건보료 신고대상에서 제외했었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직급보조비 또는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금품은 건강보험료 부과대상에 포함한다'는 관련 규정을 들어 선별적 지도점검을 통해 일부에 대해 건보료를 부과해왔고, 지난해에만 75억원의 보험료를 추징했다. 공무원들이 건보료를 제대로 다 낸다면 한 해 800억원 이상이 걷힌다. 건보공단은 "관련 판례들을 보면 복지후생비도 보험료 적용대상이 되는 급여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건보료뿐만 아니라 소득세 부과도 같은 상황이다. 현재 국세청 예규에 따라 일반직장인의 복지포인트에는 근로소득세가 부과되지만, 공무원의 복지포인트는 비과세 대상이다. 국세청은 2006년 기획재정부에 공무원 복지포인트에도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지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기획부가 5년째 결정을 미루고 있다.
법제처의 유권해석 후 복지부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는 이전에 공무원 복지후생비에 부과한 건보료를 취소하라는 이의신청이 청구돼 있으나, 아직 심의조차 못하고 있다. 만약 위원회가 공무원 편을 들어 "부과를 취소하라"고 판단한다면, 과거 부과액까지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건보료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더구나 일반직장인들이 형평성 문제를 들어 비슷한 환급청구에 나설 경우 문제는 일파만파로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