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양대 대선 주자로 떠오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스타일, 경력, 핵심공약 등에서 판이하게 달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 보도했다.
WP의 보도를 요약하면 롬니는 외모, 재산, 집안, 학력 등 모든 것을 갖춘 '엄친아'이고 페리는 수돗물도 나오지 않는 집에서 성장한 뒤 텍사스주 최장수 주지사 기록을 경신 중인 '개천의 용'이다.
현재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은 페리다. 그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한 달도 안됐지만, 1위를 달리던 롬니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1950년 먼지가 켜켜이 쌓인 텍사스 서부 가난한 빈농의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 차를 사기 위해 집집마다 다니며 성경 방문 판매원으로 일했다. 반면 미트 롬니의 어린 시절은 평탄하다 못해 화려했다. 1947년 디트로이트 명문가에서 태어난 그는 부친이 회장으로 있는 아메리칸 모터스의 넓은 자동차 공장에서 뛰어 놀며 자랐다.
출생과 성장 과정이 다른 두 사람은 연설 모습에서도 차이가 난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오랫동안 일했던 롬니는 복잡한 경제 문제를 논의할 때 능력을 보여, 손으로 휘갈겨 쓴 메모 한 장을 들고 30분 동안 경제 구상을 연설했다. 그러나 페리는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일자리에 관해 짧은 연설을 할 때 연설문 읽기에 집중한 나머지 관람석의 여성이 뜨거운 햇볕 아래서 기절하는 것도 몰랐다.
롬니가 약한 것은 서민과의 소통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샌드위치 먹는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거나 식당에서 직원들과 사진을 찍을 때 여종업원에게 일부러 자신의 등을 꼬집으라고 시키기도 했지만 그의 장난은 늘 주변 사람을 당황케 할 뿐이다. 페리는 순발력이 떨어지지만 오히려 불우한 어린 시절과 그것을 극복한 뚝심을 무기로 삼는다. 지난 주 열린 토론회에서 롬니가 페리의 업적을 깎아 내리자 페리는 아이오와 유세 중 "나는 행운이라는 것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으며 다섯 살 때까지 물이 나오지 않는 집에서 살았고 부모님은 소작농이었다"고 반박했다.
WP는 "롬니가 순응적이고 신중하다면 페리는 즉흥적이고 허풍스럽다"며 두 사람이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다면 롬니는 엘리트 그룹의 대표, 페리는 껄렁한 그룹의 리더였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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