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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한 내 스마트폰이 베이징 매장에 버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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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한 내 스마트폰이 베이징 매장에 버젓이

입력
2011.09.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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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폰을 분실한 박모(30)씨는 통신사 고객센터에 갔다가 “찾는 것을 포기하라”는 말을 들었다. 이틀간 수시로 전화를 걸고,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위치 추적 서비스도 이용해 봤지만 아이폰을 습득한 사람이 전원을 꺼버렸기 때문에 소용 없었다. 상담 직원은 “스마트폰 습득자가 양심적인 사람이 아닌 이상 분실하면 상황 끝”이라고 잘라 말했다.

주인 잃은 숱한 스마트폰들이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더욱이 아이폰, 갤럭시 등 스마트폰이 중고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데도 경찰 등 수사 당국이 이를 근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19일 테크노마트, 용산 등 전자제품 거래 상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최신 스마트폰 기종인 아이폰4와 갤럭시S2의 가격대는 15만~40만원선. 정가의 20~50%에 달한다. 인터넷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선 ‘분실폰, 개통 불가폰 등 모든 중고 스마트폰을 최고가에 매입한다’는 광고글이 수시로 오른다. 택시기사나 유흥업소를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집중 수집하는 업자들도 많다.

이렇게 수집된 스마트폰의 상당수는 해외로 팔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보다 중고 아이폰이 30% 정도 비싸게 팔리는 중국이 주 시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7월 울산에서 붙잡힌 장물업자들도 중고 스마트폰을 사들인 후 인천국제여객터미널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으로 밀반출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동남아로까지 넓어졌다. 분실ㆍ도난된 스마트폰을 찾는 인터넷 카페 ‘수사의 신’ 운영자인 경기 고양경찰서 강력2팀장 이광수 경위는 “필리핀에선 ‘한국에서 밀수된 아이폰을 쌓아놓고 판다’는 제보까지 들어왔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에서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47)씨는 “하루 한두 명의 외국인이 중고 아이폰을 구하러 온다”며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소량으로 스마트폰을 구매해 해외로 보내는 경우엔 아예 수사망에 잡히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해외로 반출되지 않은 스마트폰은 사설 수리점의 부품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폰 부품이 국내에 공식적으로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수리업자들은 중고 아이폰을 분해해 부품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사설 수리업자는 “정품 부품은 시중에 유통되지 않고 소량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분실된 스마트폰 부품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고 스마트폰 불법 유통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도 경찰은 대책이 없다. 수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관련 범죄는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건수가 많아 현재 인력으로는 일일이 수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스마트폰을 습득한 사람들이 범죄라는 인식 없이 이를 임의로 처분하는 일도 많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습득한 후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점유이탈횡령죄이며 그것을 팔면 장물거래죄가 된다”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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