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지위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가 양분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확산돼 이에 반대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팔레스타인 후원국 그룹 의장을 맡은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19일 "튼튼한 국가기구를 구성하고 팔레스타인 경제를 회생시켜 국제사회의 성공 사례를 만드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개혁과 국가기구 구성 과정을 볼 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건전한 경제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팔레스타인이 손을 들었다.
여론도 호의적이다. BBC 방송이 19개국 2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49%가 국가자격 부여에 찬성한 반면, 반대는 21%에 그쳤다. 특히 유럽연합(EU) 내에서 지지세가 크다. BBC 방송은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평화협상 과정에서 보인 완고한 태도가 유럽 국가에 좌절감을 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맹방이자 유엔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반대다. 이스라엘은 "양국 평화는 (유엔이 아니라) 양자협상에서만 가능하다"며 "독립국 인정은 평화협상 체제를 단번에 깨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차지한 요르단강 서안지구,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을 독립국 영토로 요구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이곳에 정착한 이스라엘인이 50만명이 넘는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팔레스타인이 국가 자격을 인정받은 뒤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이스라엘 관계자를 전범 혐의로 제소하는 것도 우려한다.
미국도 21일 뉴욕에서 시작되는 유엔총회의 팔레스타인 독립국 지위 인정 표결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 온 미국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돈줄을 쥔 유대인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회원국 자격을 신청하면 반 총장은 이를 안보리에 회부한다. 안보리에서 통과되려면 15개 이사국 중 상임이사국의 반대 없이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이 반대하면 독립국 지위는 부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보리 문턱을 넘지 못하더라도, '우회상장' 할 수 있는 길은 있다. 유엔 총회가 회원국(193개국) 과반수 동의를 얻어 팔레스타인에 바티칸 같은 '비회원 옵서버 국가' 자격을 주는 결의안을 채택하면 자치정부는 '투표권 없는 국가'로 인정받고, ICC 등 유엔 기구에서 활동할 수 있다. 이미 126개국 정부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기 때문에 거부권 규정이 없는 총회의 표 대결에서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이스라엘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되 ICC 회원 자격은 주지 말자는 타협안도 나온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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