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에 브레이크가 없다. 14일 달러당 1,100원 벽을 뚫더니 순식간에 1,130원대까지 올라섰다. 불과 10영업일 동안 상승폭이 76원에 육박한다. 외환당국의 개입도 별반 소용이 없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4.5원 폭등한 1,137.0원에 마감했다. 작년 12월 29일(1,146.4원) 이후 근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로존 불안이 환율 폭등을 불렀다. 지난 주말 유럽 재무장관회의에서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의사결정을 다음 달로 미루기로 하면서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다시 시장을 짓눌렀다. 무디스가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강등 여부를 내달 발표하기로 한 것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외환당국이 가파른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 매도에 나섰지만, 환율 상승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외환 딜러는 "1,120원 근처에서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지만 상승세를 막지는 못했다"며 "그리스 디폴트에 대한 우려감이 외환시장을 짓눌렀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유럽계 자금이 이탈하는 것도 환율과 상승 작용을 하고 있다. 이달 들어 유럽계 투자자들이 1조원 넘는 채권을 팔아 치우면서 올 들어 지속된 순투자 행진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수출을 의식해 환율 방어에 소극적인 것도 한 원인"이라며 "환율 상승이 이어질 경우 환차손을 우려해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이나 채권을 처분하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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