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심사 과정에서 가까스로 기사회생한 6개 저축은행이 어느 곳인지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불필요한 동요를 막기 위해 명단 공개는 어렵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조만간 실체가 드러날 공산이 커 보인다. 자칫 이들 저축은행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된다면 업계 전반에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공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19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에게서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금융회사는 7영업일 안에 조치 사항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경영평가위원회 심사 대상에 오른 13개 부실 저축은행 중 토마토, 제일 등 7개를 퇴출시키고 6개에 대해서는 최장 1년간 회생 기회를 부여한 상황이다. 자구책 추진을 전제로 살아남은 6개 저축은행의 경우 경영개선권고 및 경영개선요구 등 적기시정조치가 취해진 곳과 조치가 유예된 곳들이 뒤섞여 있다. 조치 유예를 받은 곳은 공시 의무가 없지만, 조치를 받은 저축은행은 공시 의무를 비껴갈 수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6개 중 일부는 적기시정조치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시를 통해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기시정조치를 유예 받은 저축은행이라도 아직 안심하긴 이른다. 6월 결산법인인 저축은행들은 9월 말까지 2010회계연도(2010년 7월 1일~2011년 6월 30일) 결산 공시를 해야 된다. 여기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순자산 등 경영 지표들이 낱낱이 담기기 때문에 6개 저축은행의 명단이 고스란히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6개 저축은행에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인 대형 저축은행이 3개나 포함됐다는 사실이 전해진 만큼 시장에서는 이미 추측성 명단들이 나돌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 B, C 등 구체적인 명단이 거론되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자칫 정확한 명단이 나오지 않을 경우 오히려 정상적인 곳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어떻게든 이번 영업정지 불똥이 6개 저축은행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절치부심 중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대주주 증자, 자산 매각 등 충분한 자구노력으로 회생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영업정지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라며 "적어도 당장 문제가 생길 곳은 없으니 동요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당부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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