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은 뜨겁다. 밤은 차갑다. 벌거벗은 네 등은 차갑다. 내 손은 뜨겁다. 비가 오고 들판에서 피어 오르는 뿌연 수증기. 내 손가락들이 수증기에 갇힌다. 물렁물렁해진 진흙에 발이 빠지듯 네 등을 산책하는 손가락들이 빠져든다. 네 등에 손톱 끝으로 고랑을 내며 글씨를 쓴다. 씨앗을 뿌린다.흙이 글자를 끌어당긴다. 네 등에 묻힌 글자에서 싹이 돋고, 들꽃들이 피어났다. 밤은 뜨겁다. 꽃은 뜨겁다. 꽃의 향기는 시가 되어 손가락 끝에 만져진다. 네 등에 보이지 않는 무엇이 영원히 새겨졌다. 별은 뜨겁다. 손가락도 뜨겁다.
● 우리는 차가운 손을 사랑하는 세대. "너무 뜨거운 건 별로야. 누군가를 향한 열정이란 참 촌스러운 감정…" 중얼거립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찬 손을 좋아해도 손가락으로 얼음을 쥐면 녹아 흐릅니다. 손가락은 본질적으로 뜨거운 거니까.
손가락은 무언가 가리킵니다. 누군가를 향한 열정이 들어 있습니다. 손가락을 들어 사물을 가리킬 때 내 곁엔 당신이 있어요. 혼자라면 손가락을 들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바라보면 됩니다. 당신과 함께 말하고 싶은 사물이 있어 그것을 향해 난 손가락을 들어요. 하지만 당신은 내가 무얼 가리키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내가 당신의 등에 쓴 보이지 않는 글씨처럼. 내가 보이지 않는 것을 새겨서는 아니에요. 그저 당신의 등을 당신은 볼 수 없으니까. 보이지 않지만 당신은 내 손가락의 온기를 느낄 수 있어요. 내가 당신과 속삭이고 싶어서 가리킨 모든 것은 별. 당신의 등 위에 새겨진 뜨거운 별이에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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