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검찰이 징역 4년과 추징금 9억4,000여만원을 구형했다. 지난해 7월 기소 이후 1년 넘게 진행돼 온 한 전 총리에 대한 이 사건 선고 공판은 다음 달 중순께 열릴 예정이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우진) 심리로 진행된 한 전 총리의 공판에서 검찰은 “일국의 총리를 지낸 피고인이 대통령 후보 경선과 관련해 3회에 걸쳐 9억원의 거액을 수수했다”며 “매번 달러를 요구했고, 동생이 자금을 관리하고 세탁한 점과 (돈을 준) 한만호씨의 사업을 적극 도운 점을 고려할 때 죄질이 무겁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한 전 총리는 그러나 “검찰의 공소사실은 고도의 정치적 의도에 의한 기획 수사에 따른 것으로 나와 무관한 가공의 사실”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피고인 신문과 양측의 최후 의견 진술을 끝으로 변론이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이날 재판에서 한 전 총리는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전 총리는 “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으며 관련된 검찰의 기소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의 모든 질문에 답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검찰의 질문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며 신문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이에 따라 1시간 가까이 이어진 검찰의 피고인 신문은 일방적인 질문만이 이어졌다. 검찰의 질문에 한 전 총리는 준비한 최후 진술 문서를 반복해 읽을 뿐 한 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 역시 한 전 총리의 사전 요청에 따라 생략됐다.
검찰은 최후 의견 진술을 통해 “2007년 3월부터 9월까지 한(만호) 사장으로부터 집이나 집 근처에서 32만달러를 포함해 9억원의 현금을 여행용 가방으로 받은 사실이 채권회수목록 등을 통해 명백히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만호씨의 진술 번복은 불분명한 진술 번복 과정, 교도소 접견 녹취기록을 볼 때 위증이 분명하다”고 공박했다. 검찰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1시간30분 넘게 각종 자료와 증거를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공개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측은 “번복된 한만호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을뿐더러 검찰의 공소 사실은 비상식적이고 모순된 가정으로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력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채권회수목록 등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대해서도 무의미한 간접증거라고 주장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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