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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대란 경고음, 마구잡이 발급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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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대란 경고음, 마구잡이 발급 제동

입력
2011.09.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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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40)씨는 최근 아들(5)과 공룡전시회를 갔다가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주차장에서 만난 신용카드 모집인은 카드를 새로 만들면 티켓 값을 20% 할인해주겠다고 했다. 카드가 4장이나 된다는 김씨의 말에 모집인은 휴대용단말기를 두드려보더니 김씨에게 없는 카드를 콕 집어 소개했다. 김씨는 "예전엔 카드가 많다고 하면 물러섰는데, 이젠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혀를 찼다.

금융당국이 무리한 외형경쟁으로 치닫는 신용카드 업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신용카드 발급 남발, 가계 빚 증가 등 2003년 카드대란 직전을 떠올리는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자 선제대응으로 군기를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8일 무차별 카드 발급, 여전한 외상구매 관행, 높은 가맹점 수수료에 따른 분쟁, 마케팅 출혈경쟁 등 신용카드시장이 떠안은 각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안에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신용카드를 손쉽게 만들어 물품을 사거나 돈을 빌리는 관행을 손본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수는 4.8장으로 카드대란 직전(4.6장)보다 많다. 올 상반기까지 발급된 신용카드는 2002년에 비해 2,000만장 가까이 늘어 1억2,200만장을 넘어섰다. 발급만 받고 1년 이상 쓰지 않는 '장롱 신용카드'도 6월 말 현재 3,295만장으로 지난해 말(3,129만장)보다 5.3%(166만장)나 늘었다. 전체 카드의 4분의 1이 잠을 자고 있는데, 신규 발급은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KB국민카드 분사에 이어 농협과 우리은행도 카드 부문 분사를 준비하고 있어 카드 발급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업 카드사만 10여 개로 다른 나라보다 많아 카드 남발이 우려된다"며 "발급 및 이용한도 부여 기준을 강화하고 휴면카드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능력을 벗어나는 물품 구매 탓에 자칫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는 신용카드 외상 구매의 폐해를 막기 위해 직불(체크)카드와 선불카드 활용 방안도 검토한다. 최근 체크카드 사용이 늘고 있지만, 2009년 기준 체크카드 결제 비중은 유럽(60.4%)과 미국(40.7%)에 훨씬 못 미치는 9%에 불과하다.

신용카드 포인트 부여 관행과 가맹점 수수료 문제도 개선키로 했다. 고객에게 덤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가맹점에 수수료로 전가되고, 가맹점은 그 비용만큼 소비자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에 결국 포인트 제도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도 "포인트나 할인서비스 등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가맹점 수수료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인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고객이 신용카드로 계산을 원할 때 업체가 반드시 따라야 했던 방식(신용카드 의무수납제)도 현실에 맞게 고친다. 과표 양성화와 세원 확보를 위해 도입됐지만 늘어나는 수수료 탓에 영세 가맹점은 부담이 되고, 카드회사만 배를 불렸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가급적 10, 11월 중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 신용카드회사, 소비자단체, 중소상공인단체 등이 참여하는 검토 과제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카드업계에선 "카드시장 발전을 위해선 정부의 규제가 최소화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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