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5 정전사태는 누구 책임일까. 정전의 가장 큰 이유를 '예상치 못한 늦더위'로 꼽았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18일 기자회견에선 한국전력ㆍ전력거래소의 잘못된 대응을 강도 높게 거론했다.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모든 실질적 책임이 한전과 거래소의 잘못에 있다는 것인데, 정작 이들 기관 관계자들은 "정부는 잘못이 없나. 정말로 우리만 잘못했나"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우선 늑장보고. 최 장관은 "지경부 장관으로서 수요조절권한을 갖고 있었는데 전혀 대응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한전ㆍ거래소가 양수발전기를 가동하기 시작한 오전 10시, 아니 자율절전 전압조정을 시행한 낮 12시에만 보고했어도 지경부는 대형건물의 냉방기를 끄게 하거나 국민들께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고, 그러면 이런 대형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전력거래소측의 판단은 다른 듯했다. 한 관계자는 "당일 오전에 전력 사용량이 예상보다 조금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여름이나 겨울철 전력 피크기에는 때때로 일어나는 일이라 특별한 위기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둘째, 전력거래소가 예비전력을 허위 보고했는지를 두고도 주장이 엇갈린다. 최 장관은 "전력거래소의 공급능력에 허수계산이 있었는데 허위보고라고 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꺼놓았던 발전기를 가동하려면 5시간 동안 예열을 해야 하는데 거래소 측은 ▦예열지시를 하지 않은 발전기용량까지 공급능력에 포함시켰고 ▦복합발전기의 경우 여름철에 온도가 상승하면 출력이 떨어지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후 2시30분 거래소가 지경부에 보고한 예비전력은 350만㎾였지만 실제로는 148만㎾에 불과했고, 정전당시엔 실제 예비력이 24만㎾에 불과했다는 게 지경부의 판단이다.
거래소측은 이에 대해 "중앙급전소 화면상에 시스템적으로 계산된 총량을 보고했는데 허위보고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허수가 포함됐던 건 맞기 때문에 실제 가용 예비력을 계산해본 결과 굉장히 심각하다고 판단해서 순환정전을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셋째, 하절기 비상대책기간도 논란거리다. 최 장관은 "하절기 비상대책기간을 9월23일까지 3주간 연장한다는 공문을 한전과 발전자회사에 보냈는데도 원래 일정대로 발전소 정비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이 공문을 받고서도 예방정비를 위해 발전기 가동을 멈추는 바람에 공급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전 관계자는 "공문 어디에도 예방정비 일정을 늦추라는 얘기는 없다"면서 "모두가 비상상황실 가동을 연장하고 고장방지에 힘쓰라는 것으로 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발전회사 관계자도 "예방정비 일정조정은 전력거래소의 승인이 필요한데 이를 염두에 뒀다면 거래소측에 한번쯤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발전회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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