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여성 5만원. 얼굴 보고 마음에 안 들면 나가도 돼요."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2004년 9월23일) 만 7년이 다 된 15일 밤 서울의 대표적 집창촌인 청량리와 영등포역 일대에선 호객 행위가 여전했다. '청량리588'에선 70대 '삐끼'(호객꾼) 할머니들이 인근 백화점 앞 대로변까지 나와 남성들을 붙잡았고 별 반응이 없자 "3만원에 해줄게"라며 금액도 낮춰 불렀다. 특별법 시행 전 140여개 업소가 성업했던 '청량리588' 일대는 현재 40여곳만이 영업 중이긴 했지만 이곳을 찾는 손님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이날 밤 집창촌 거리를 찾은 남성 중 3분의 1은 일본과 동남아 등 외국인 남성이었다.
올해 초 성매매 여성들의 알몸 시위로 논란이 됐던 영등포역 일대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업소 관계자는 "50여개 업소 가운데 영업 중인 곳은 20여 곳이다. 1시간 반 동안 손님을 받은 여성은 대여섯명에 불과했다"고 하소연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경찰의 단속, 지역 재개발 등으로 집창촌은 확실히 줄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집창촌)는 2004년 35곳에서 2010년 28곳으로 줄었고, 성매매 업소는 1,696곳에서 760곳으로 55.2%, 성매매 종사자는 5,717명에서 1,669명으로 69% 감소했다.
문제는 법 시행 후 7년이 지났지만 집창촌이 아직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 '이중적 현실'이다. 명백한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법 시행 초기만 해도 경찰이 집창촌 입구에 경비를 서고 순찰을 돌며 성매수자들의 접근 자체를 봉쇄했고, 업주 및 성매매 여성 단속, 자활 방안 마련 등 다양한 대책이 제시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됐다. 지난 16일 용산역 집창촌에 남아 있던 마지막 성매매 업소가 문을 닫긴 했지만 이것도 지역 재개발, 건물 철거 효과 때문이지 단속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집창촌 성매매 행위도 엄연한 법 위반이라 단속을 해야 하지만 적발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안마시술소와 오피스텔 등지에서 음성적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성매매로 검거된 사례는 키스방 등 신ㆍ변종 업소가 5,416명으로 36%를 차지했다. 또 안마시술소는 18.5%, 오피스텔은 10.2%로, 집창촌 3.1%에 비해 비중이 훨씬 컸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장안동 안마시술소가 문제가 됐을 때 대대적 단속으로 이 일대 성매매는 근절했지만 관할 외 지역으로 업소들이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결국 한 경찰서의 노력이 아닌 지방청, 경찰청 단위의 대대적인 성매매 근절 노력이 없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검사와 스폰서 논란에서 보듯 권력기관 상부의 성접대 문화가 여전한 상황에서 공권력의 성매매 단속 의지를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고 그것이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는 근본 이유"라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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