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가 삼성전자에 구 재산을 헐값에 팔아넘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서초구의회 속기록에 따르면 서초구는 지하철2호선 강남역 인근 삼성전자 본사 사옥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던 서초2동 1320-21번지 구유도로 695.9㎡(폭 4m, 길이 174m)를 2005년 평당 4,881만7,000원에 매각했다.
이는 공시지가(2005년 평당 4,224만여원)보다는 약간 높지만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이 말하는 당시 실거래가(평당 8,000만~1억2,000만원)에 비하면 2분의 1~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낮은 가격이다. 당시 한 구의회 의원도 "부지를 삼성에 매각할 때 평당 시세는 1억~2억원에 달해 최소 2~3배는 값을 더 받을 수 있었다"며 "땅의 위치가 재개발 예정지 한가운데 있는 속칭 '알박기'땅과 비슷해서 더 비싼 값을 받을 수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7배를 싸게 판 셈"이라고 말했다.
이 구유도로는 원래 2개 블록에 걸쳐 있던 삼성전자 본사 부지를 나누고 있던 도로로, 2004년 서초구가 지구단위계획 변경으로 2개 블록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2005년 용도폐지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2005년 7월 구의회 정례회의 때 박찬선(민주) 의원의 구정질의에서 처음 제기됐으나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당시 답변을 한 부구청장은 매각가가 시세보다 싸고 수의계약을 했다는 사실은 반박하지 못하면서 "서초구 도시계획 심의, 서울시 지구단위변경결정 등에 의한 것"이라며 정상 거래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공기업과, 서울시 공유재산과, 부동산 전문가 등에 따르면 공유지를 일반에 매각할 경우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고 공개매매를 하는 게 원칙이다.
또 서초구는 최근 사실 확인에 나선 구의회와 언론에도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김안숙(민주) 서초구의회 의원이 구유지 매각가와 매각과정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으나 서초구는 지금까지 한 달여 동안 자료제출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구의회는 '행정감사 외 자료요구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구의회 의원이 구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경우 10일 이내에 제출하고, 5일 이내에 제출하지 않을 경우 사유서를 내도록 회의규칙을 개정하려 했으나 구가 소송을 내 무효화하는 바람에 감사 외 자료제출을 강제할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서초구 재무과는 기자에게도 "수해복구 때문에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 "매각자료가 창고와 캐비닛에 분산 배치돼 있는데다 담당자가 2년마다 바뀌어 찾을 수가 없다"고 둘러댔다. 서초구 기획경영국 관계자는 "당시 기록이 전산처리가 안돼 (6년전 구유지 매각자료를 50여일 동안) 찾지 못했다"며 "몇 년 전 일이고 의회 승인을 받아서 한 것이라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가 먼저 매각가를 제안한 게 아니라) 구청의 요청을 받아서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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