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8일 '정전 대란'에 따른 책임 논란과 관련, 사태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 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을 사퇴하도록 하는 방침을 정했다.
선(先) 사태 수습 후(後) 사퇴 방침은 "책임을 묻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에 따른 것으로, 정전 사태에 대한 정치∙도의적 책임을 물어 사실상 최 장관 경질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 장관이 오늘 아침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전달했다"며 "청와대는 사실상의 사의 표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 장관에게는 대규모 정전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 등 사태를 수습해야 할 책무도 있다"며 "'선 사태 수습 후 사퇴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 장관의 사퇴 시점과 관련, "그렇게 오래 갈 건 아니다"고 말해 조만간 교체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최 장관의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최 장관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방점이 있다"며 "다만 (최 장관의) 사퇴 여부보다 사태 파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 장관이 물러나면 현정부 들어 개인 비위나 정책 문제로 사퇴하는 세 번째 장관이 된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딸 특혜 채용 문제로, 유정복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구제역 파동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앞서 최 장관은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무 장관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사실 조사를 거쳐 이번 정전으로 피해를 입은 제조업체, 상가, 소비자들에 대해 보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피해보상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20일부터 한전 지점,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을 통해 피해 보상 신청을 접수하기로 했다.
최 장관은 이어 정전 사태의 원인으로 한국전력 및 전력거래소의 늑장 대응과 허위 보고를 거론해 사실상 인재(人災)였음을 시인했다. 최 장관은 "전력거래소가 (15일 오후 2시30분이 아니라) 오전 10시, 혹은 12시에만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했어도 지경부 장관으로서 필요한 조치를 취했을 텐데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거래소가 예열하지 않은 발전기를 발전용량으로 잡아 전력공급 능력을 과다 계상하는 등 지경부에 사실상 허위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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