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의 훈수에 유럽 장관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가이트너 장관은 16일(현지시간) 폴란드 브로츨라프에서 열린 미국과 유럽연합(EU) 재무장관 간 비공식 회의에 참석해 유럽이 처한 재무 위기에 대해 "결단력 있게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유럽 정상들이 국가 간 다툼을 중지하고 채무 위기를 잘 관리해 금융 시장에 닥칠 수 있는 대참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수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는 유럽 정부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갈등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대출기관에 대한 의존이 늘어날 경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훈수도 잊지 않았다.
가이트너 장관의 제안에 유럽 재무장관들은 그리스의 융자상환금 80억 유로를 철회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일부는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안데르스 보르그 스웨덴 재무장관은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미국 역시 부채로 허덕이고 있다"며 "미국이 솔선수범해 좋은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유럽의 관리들이 유로존 비회원국과 구제금융 확대에 대해 세부적인 토론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미국 금융 관료들이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세계를 구원할 위원회'로 불렸으나 이제는 금융위기의 진원지로서 전세계에 피해를 준 데 사과하는 처지가 됐다고 보도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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