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국가재정 확충의 일환으로 다시 부유세 카드를 꺼냈다. 지난해 말 백악관과 공화당이 부유층을 포함한 감세연장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맞섰던 세금 전쟁의 '2라운드'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연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을 버는 부유층에게 최저세율을 적용하는 '버핏세'법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17일 보도했다. 최저세율은 최상위층 부자들에게 적용되는 세율이 적어도 중산층만큼은 되도록 이들에 적용할 세율의 가장 낮은 마지노선을 정하자는 게 골자다.
법안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이름을 땄다. 버핏은 중산층의 소득세율이 30% 이상인 반면 자신에게 부과되는 세율은 17.4%에 불과하다며 "부유층이 충분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며 부유세 도입을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의회에서 진행중인 재정적자 감축 방안과 관련, 정부지출 축소와 증세 등 투트랙으로 재정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초당적으로 구성한 의회 특별위원회는 11월23일까지 재정적자를 최소 1조2,000억달러 추가감축 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의 요구대로 메디케어(노령층 의료보험)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과 장애인용 의료보험)에 대한 지출 삭감을 받아들이는 대신,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도록 정치적 압박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장기 재정적자 감축안을 발표한다. 여기에서는 세율이나 이번 조치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추가 세수가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을 전망이다.
버핏세가 신설되면 납세자의 0.3%인 45만여명이 현재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화당은 경기회복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부자들에 대한 증세에 반대하고 있어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부자증세라는 화두를 던져 공화당과의 대립구도를 선명히 함으로써 진보진영의 결집을 꾀하기 위한 선거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불리한 표심을 흔들기 위한 인기영합주의적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의 요구에 굴복해 메디케어와 같은 진보적 의제를 너무 쉽게 포기한 것 아니냐는 민주당 내부의 비판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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