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전화도청 스캔들과 관련, 이를 처음 폭로한 영국 일간 가디언과 경찰이 보도 경위 공개 여부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17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경찰은 가디언을 상대로 전화도청 스캔들을 알게 된 경위와 제보자 등을 공개할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경찰은 “공직자의 비밀보호법 위반 및 배임 혐의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가디언을 상대로 정보 유출 경위를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머독 계열 타블로이드 뉴스오브더월드가 7월 2002년 실종됐다 살해된 여중생 밀리 다울러의 휴대폰을 도청한 사실을 보도한 가디언의 담당기자를 소환, 조사했다. 이에 가디언은 성명을 내고 “기자들의 취재원 공개명령은 전례 없는 법적 탄압”이라며 “최선을 다해 저항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칼럼을 통해 “영국 경찰은 수년 동안 범죄행위에 대한 방대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이를 찾아내는 기자들을 탄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언론계는 “경찰의 정보공개 요구는 언론 자유를 해치는 행위이자, 스캔들에 대한 보복 행위”라며 가디언에 힘을 실었다. 도청 스캔들 부실수사로 이어진 언론과의 부적절한 유착관계 때문에 폴 스티븐슨 런던경찰청장, 존 야츠 부청장 등 경찰 수뇌진이 줄줄이 옷을 벗은데 대한 보복행위라는 것이다. 영국기자협회는 “경찰의 정보취재원 공개 요구는 보복적인 행위이자 기자들에 대한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며 “도청사건을 취재해 대중들에게 진실을 알린 기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7월 가디언의 보도 이후 머독이 소유한 뉴스인터내셔널과 뉴스오브더월드의 관련 편집자와 기자 등 10여명이 체포됐다. 법원의 정보 공개 여부 결정은 23일 영국 중앙형사법원에서 진행된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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