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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조선을 멸망시킨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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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조선을 멸망시킨 사교육

입력
2011.09.1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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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ㆍ박권일 공저 에서 저자는 IMF 이후 우리나라의 10대와 20대는 인질 경제를 조성한 사교육 열풍의 대상이 된 세대로 규정했다. 왜곡된 교육환경과 경제의 독과점화에 따른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몰락,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가 진행되면서 20대는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곧 비정규직이 될 운명 앞에 서있고, 이 때문에 유일하게 안정된 직장인 공무원 시험 등에 3수, 4수까지 해가며 20대들이 매달리고 이싸고 설명한다.

10대들의 미래는 이들보다 더 암울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망국적인 사교육에 의한 공교육의 붕괴현상이 조선시대에도 만연했다는 사실이다.

지금으로부터 340여 년 전인 1670년께 저술된 유형원의 에서 유형원은 조선 전기에 설립된 공립학교 제도가 쇠퇴하게 된 상황을 개탄하면서 지배계층의 자제들은 과거를 준비하기 위해 공립학교 보다 서당과 개인교사, 서원을 선택했다고 기록했다. 특히 과거제도 자체가 도덕적 수양을 갖춘 관리를 뽑겠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언어의 사용기술을 습득한 세도 가문의 자제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뀐 것이 공교육이 퇴보하고 사교육이 조선 중기 이후를 지배하게 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하버드대의 제임스 팔레 교수 역시 조선시대의 과거제도가 유용한 지식, 윤리와 경세론의 문제들 그리고 유교의 도덕 원리들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아니라고 봤다. 화려한 수사법과 기계적인 암송을 평가기준으로 과거제도가 바뀜에 따라 서원이 번창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사교육을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가진 양반들의 자제가 과거 시험에 합격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과거시험자체가 세습적인 양반 가문들이 권력을 계속 유지하는 도구로 변질됐다고 논증했다.

그 예로 팔레 교수는 조선 전 기간을 통해 과거에 합격한 1만4,600명의 53%가 36개 가문에서 나왔으며 이들 가문들은 신라와 고려를 지배했던 귀족집단이라는 사실을 서 사료를 통해 검증했다. 원래 과거의 취지는 응시생들에게 고전의 핵심적 문제들을 시험하는 기본을 강조하면 유생들은 다소 부차적인 철학과 역사를 공부해 도덕적으로 성숙된 수양을 쌓게 될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그 뒤 시험관들은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지식을 통달하는 것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고전의 구절을 잘라내어 과거에 출제했다. 응시생들은 제도나 정책사안 및 도덕적 잣대에 관해 생각할 시간이 거의 없었으며 점수를 잘 받을 만한 의견을 맹목적으로 암송하는 학생들이 양산됐다. 이런 풍조는 널리 퍼져 각각의 서원의 특정한 신조만을 편협하게 추종하는 불행한 전통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지금으로 치면 강남의 유명학원들에 비유될 지도 모르는 조선시대 사교육의 온상인 서원은 변질된 과거제도에 적응할 수 있는 유생들을 길러냈으며 당파심과 세습적 당쟁의 원인이 되고 만 것이다. 결국 조선이 멸망하는 데 직ㆍ간접 영향을 끼친 세습적 당쟁은 따지고 보면 변질된 과거제도와 이에 따른 공교육의 붕괴, 사교육의 온상이 된 서원의 번성에 있다.

역사는 되풀이 되고 있다. 매번 복잡하게 바뀌는 대입제도는 급변하는 입시제도에 적응할 수 있고 예상문제들을 족집게처럼 찍어주고 이를 기계적으로 암송시키는 사교육이 급성장하게 만들어버렸다. 이젠 정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듯 싶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우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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