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는 16일 여권의 유력한 후보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가 부각되자 촉각을 곤두세웠다. 두 사람은 시민단체 간부로 활동해온 변호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이념과 노선을 지향하고 있어서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단계에서 다른 후보에 대해 논평할 입장은 아니다"면서 "어떤 분이 나오더라도 과거처럼 시민들이 짜증내는 선거가 아니라 미래의 비전을 얘기하는 축제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날 YTN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언론에서 라이벌 시민운동가라는 말을 붙이고 있다"며 "라이벌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웃어 넘겼다.
하지만 박 변호사 캠프에서는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박 변호사의 한 측근은 "두 분이 시민운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걸어온 길이 많이 다르다"면서 두 사람을 비교하는 데 대해 다소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박 변호사 입장에서는 비슷한 경력의 이 변호사와 지지층이 겹칠 가능성과 함께 기성 정치권에 혐오감을 가진 무당파의 지지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변호사는 이날 오후 지하철 매봉역에서 광화문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시민들을 만나는 등 사실상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박 변호사는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박원순입니다. 저 아십니까"라고 말하면서 승객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등록금 문제와 물가, 복지 정책 등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 그는 만나는 승객들에게 "제가 시장이 된다면 제게 어떤 것을 요구하고 싶으십니까"라고 질문하는 한편 "시민의 대표로 지금까지 현장에서 시민과 호흡하는 일을 해왔고, 시장이 되면 그것을 그대로 서울시로 가져갈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 측은 또 민주당이 요구해온 입당 문제에 대해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쪽으로 정리하는 분위기다. 한 측근은 "선관위에 무소속 후보로 등록하면 선거 기간 당적을 변경할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입당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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