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카메라, 오디오. 기계에 심취한 마니아들이 절대 손대지 말아야 할 세 가지 '금기영역'이다. 워낙 중독성이 강해 한번 빠지면 그 만큼 헤어나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오디오는 '악마의 취미'로 불린다. 비용과 시간이 워낙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디오 애호가를 뜻하는 '오디오파일'들은 명기가 내는 소리를 듣기 위해선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최근 국내에도 이런 오디오파일들이 늘어나는 추세. 그러다 보니 천문학적 가격의 명품 오디오들도 속속 상륙하고 있다. 골드문트, 소너스파베르, 비비드 등.
스위스의 골드문트는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힌다. 오죽하면 "세상의 오디오는 골드문트와 골드문트 아닌 것으로 나뉜다"(오디오전문점 오디오갤러리의 나상준 대표)는 말까지 나왔을까.
골드문트는 전 세계 분야별 전문가들이 '프로젝트 팀'형태로 모여 신제품을 개발한 뒤 해산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제작과정도 단일 공장이 아닌, 설계 디자인 본체 등 각 분야별로 세계 각지의 유명업체들이 나눠 맡는다. 이런 단계를 거쳐 탄생한 골드문트는 거대한 정육면체가 4단으로 쌓인 금속 조형물 같은 에필로그 스피커가 1억5,000만원, 꿈의 명기로 불리는 텔로스 파워앰프는 4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골드문트의 파워앰프와 프리앰프, 스피커, 플레이어 등을 풀 세트로 모두 구비하려면 10억원이 훌쩍 넘어간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만 풀세트가 10대 이상이 팔렸다. 이름만 대면 알만 한 재벌들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의 소너스파베르사가 만드는 스피커는 오디오파일들 사이에 예술작품으로 꼽힌다. 소너스파베르(Sonus Faber)라는 이름 자체가 소리의 공방이라는 뜻. 1980년에 설립된 이 업체가 만드는 스피커는 '과르네리' '스트라디바리우스' '아마티 푸트라' 등 명품 바이얼린 이름을 딴 게 특징이다. 설립자인 프랑코 셀브린이 바이얼린 명산지인 크레모에서 바이얼린 제조기술을 배운 장인이기 때문이다.
이름에 걸맞게 소너스파베르는 모든 스피커를 거장들이 손으로 직접 만든다. 바이얼린 제조 공정처럼 천연 목재를 2년 이상 자연 건조시킨 뒤 나무결을 골라서 아름다운 외관을 제작한다. 제조 작업에는 셀브린 사장이 직접 참여한다. 아름다운 외관 덕에 소너스파베르는 오디오 파일들 사이에 "앰프를 켜지 않아도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가격은 과르네리 1,500만원, 아마티의 경우 2,500만원, 스트라디바리우스는 5,000만원을 호가한다.
영국의 비비드사가 만든 비비드 스피커는 참신한 디자인과 공명을 잘 살린 소리로 '오디오계의 애플'로 통한다. 마치 나팔꽃이나 물방울을 연상케하는 비비드 스피커는 명품 오디오 B&W의 로버트 트룬즈와 천재 스피커 디자이너로 꼽히는 로렌스 디키가 2004년에 개발했다. 물방울처럼 생긴 통을 통해 공진으로 발생하는 잡음을 외부로 흘려 보내 맑고 깨끗한 소리만을 들려준다. 가격은 한 조에 5,000만~6,000만원. 그나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생산해 단가를 낮췄다는 후문이다.
이런 명품 오디오는 경기도 타지 않는다. 최근 방한했던 골드문트의 미셀 레바송 회장은 "명품은 경기와 무관하다"며 "돈이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소비를 하고 영향을 받아도 몇 달 뒤 다시 돌아온다"고 말했다.
요즘 세계의 명품 오디오업계가 한국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만큼 잠재수요가 많다는 뜻. 레바송 회장은 "한국은 의외로 경제가 강하고 젊은 사람들이 소비를 많이 하는 나라"라며 "싱가포르와 더불어 아시아에서 특별히 흥미로운 곳이고 매우 잠재력 있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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