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5일 오후 전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에 대해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전력 수요 예측이 실패하고, 제대로 된 업무 협의도 없이 성급한 단전이 이뤄지는 등 이번 상황은 인재(人災)"라며 "피해자를 모집해 정부와 한국전력의 대응을 지켜보고, 국민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공익적 차원에서 집단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집단소송이 이뤄질 경우 소송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정부와 한전이 정전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느냐는 것이다. 전력 수급 예측에 실패한 것은 사실로 인정되지만, 그것이 불가항력적인 것인지, 정부와 한전의 과실이 있는지를 따져야 하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일기예보를 통해 이날의 늦더위를 예상할 수 있었고, 이에 따른 전력사용량 폭증도 당연히 예견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발전소 정비 시기를 늦추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한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전력거래소의 지식경제부 보고가 사후에 이뤄진 사실과 144만9,000㎾에 취한 비상조치가 매뉴얼을 무시한 조기 단전이었다는 주장 역시 '인재(人災)'의 근거로 제시될 수 있다.
정부와 한전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어디까지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서울고법 민사합의부의 한 판사는 "민사소송의 손해배상액 결정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이뤄진다. 직접적인 피해만 배상 대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원고들이 법정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피해 배상액을 산출하고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양식장 등에서 정전으로 인해 물고기가 폐사했을 경우 이는 직접적 피해로 배상액 산출과 청구가 가능하고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신적 고통 등 물질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피해에 대해서는 배상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 민사합의부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건 어렵지만, 통상적으로 이런 사건에서 정신적인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원고가 과연 자신의 피해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입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