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서관은 지난 3월 18일 서울 홍제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전 직원 230명이 참여하는 연찬회를 열면서 시설 이용료 명목으로 770만원을 지불했다. 금요일에 열린 이 행사의 일정은 오전 초청 강연(40분) 1회와 각 과별 분임토의, 오후 분임토의 보고와 북한산 등반이 전부다. 국회도서관은 299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들이 자체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호텔 등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일일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낙연 의원실이 16일 공개한 '지난 3년간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들의 일일 워크샵 개최 현황'에 따르면 자체 시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호텔, 콘도 등에서 행사를 개최한 사례는 237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시설 이용료 명목으로 200만원 이상 사용한 경우는 48건이었다.
관세청은 2010~2011년 스파피아호텔, 유성호텔 등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16회에 걸쳐 워크숍을 개최하고 시설 이용료로 2,979만원을 사용했다. 한 행사 당 참석자는 16~86명 규모로, 관세청은 대전정부종합청사 대강당(898명 수용)과 대회의실(60명 수용)에서 행사를 열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 홍보기획담당관실은 2010년과 2001년 직원 대상의 정책홍보 워크숍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하고, 시설 이용료로 992만원을 지출했다. 이 행사의 참석자는 각각 40, 73명으로, 초청 강연을 제외하면 해당 연도 홍보계획 수립을 위한 토의가 주요 일정이었다.
반면 복지부가 대회의실(90명 수용)을 활용해 예산을 절감한 사례도 있다. 복지부는 올해 4, 5월 5주 동안 점심 시간을 활용해 대회의실에서 '직원 홍보 역량 강화를 위한 최신 홍보 트렌드 엿보기' 교육을 실시했다. 복지부가 작성한 교육 계획안에는 강사 초빙과 자료집 제작 비용으로 250만원을 책정했을 뿐 시설 이용료는 책정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이 국민의 세금을 소중히 여긴다면 이처럼 함부로 예산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기관마다 제 각각인 시설 이용료 지출에 대해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예산 낭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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