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베스트셀러를 말하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베스트셀러를 말하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입력
2011.09.16 17:32
0 0

올해 들어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은 무얼까.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 최인호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 둘 다 아니다. 정답은 국내 처음 소개된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미스터리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북로드 발행)이다.

1월 말에 출간된 이 책은 우선 장르가 대중소설인데다, 미스터리 강국인 일본, 미국 작품도 아니어서 출간 초기에는 거의 주목 받지 못했다. 독일에서는 30주 넘게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 있었지만, 북로드 출판사는 번역 출판을 결정하면서도 국내 흥행을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독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9월 초까지 판매량이 30만 부를 넘었다. 담당 편집자는 "번역자가 <백설공주는 죽어야 한다> 는 원제를 조금 바꿔 호기심을 자극한 데다 표지 디자인이 눈길을 끌어 효과를 봤다"며 "통속적이지만 극적인 상황 전개가 많아 520쪽이 넘는 분량인데도 책을 덮지 못하게 하는 중독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독성의 비결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전이다. 무고한 주인공의 죄가 벗겨지는 과정에서 죽마고우들의 배신, 제 아들 보호하려고 주인공을 감옥에 보낸 옆집 아저씨, 사랑하는 애인의 폭력적인 집착이 하나씩 드러나고 마지막에 책의 중심 줄기인 살인 사건의 퍼즐이 완성된다. 알고 보니 죽마고우가 살인범이었고 알고 보니 애인이 '나쁜 년'이었다.

작가가 던져주는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던 독자는 절반을 넘어서면서 자기가 다소 한심한 퍼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만 이미 드러나기 시작한 그림과 아직 못 본 그림 때문에 결국 새벽 4시까지 벌개진 눈으로 책을 붙들고 있게 된다. "등장 인물이 하도 많다 보니 인물 관계도를 그려가며 마치 공부하듯 읽는 독자들이 적지 않다"고 편집자는 말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소녀 같은 상상력을 발휘해 매력적인 등장 인물, 특히 멋진 남자 캐릭터를 만드는 데 유독 집착한다. 위험한 매력이 넘치는 섹시한 주인공, 영화 배우처럼 잘생긴 형사, 말을 못하는 천재 미청년 등 여성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인물들이 가득하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등장인물끼리 워낙 속고 속이기 바빠 캐릭터의 매력이 묻혀 버린다. 속아 넘어가기 바쁜 주인공에게서 빛나는 매력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인물들은 사건 전개를 위해 동원된 인간 모양의 오브제라는 인상마저 준다.

이 책은 작가가 내고 있는 '타우누스 시리즈'의 하나다. 6월에 국내 번역돼 나온 이 시리즈의 다른 작품 <너무 친한 친구들> 도 두 달여 만에 5만부 정도 팔리는 인기를 얻고 있다. 북로드 출판사는 올해 말에 시리즈 최신간인 <바람을 뿌리는 자> 를 내고 내년에 다른 작품들도 차례로 번역해 소개할 계획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황수현기자 so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