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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이기적인 사회' 자본주의 폐해 '무한경쟁' 가족의 힘으로 바꿀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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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이기적인 사회' 자본주의 폐해 '무한경쟁' 가족의 힘으로 바꿀수 있다

입력
2011.09.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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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사회/수 거하트 지음·김미정 옮김/다산초당 발행·500쪽·1만8,000원

자본주의는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는 무척 효과적인 체제일지 모르겠으나 문제는 그 고효율을 달성하기 위해 동원되는 '무한 경쟁'이라는 장치다. 법이라든지 규범이 제어기제로 작동하더라도 속을 뜯어 보면 자본주의는 결국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문화를 끊임 없이 재생산하는 체제에 다름 아니다. '승자'가 되려면 어느 정도의 이기주의는 필요 조건이다.

<이기적인 사회> 의 저자가 자본주의의 이 같은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 착안한 대목이 흥미롭다. 혁명이나 사회변혁 프로젝트는 그 동안 수도 없이 실험됐고 또 실행되고 있지만 영국의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육아와 가족 교육을 통해 이 같은 이기주의의 폐해를 교정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저자에 따르면 16세기에서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의 개인적인 능력과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선이라고 모두 믿게 된 점이다. 자신만의 사고와 자신만의 능력, 그리고 자신만의 재산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도시적 자본주의의 삶의 방식이 전세계를 지배하게 됐다는 말이다.

결국 공동체가 중심이었던 중세의 삶은 이기적인 사람들이 자녀를 낳아 이기적인 성인으로 만드는 자본주의식 악순환 구조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저자가 살고 있는 영국은 더 이상 갓난아기를 안아주지 않으며 모유를 먹이지 않고 함께 잠을 자지 않으며 낮 시간에는 일을 하느라 아이를 부모와 떼어 놓는 게 일상화했다. 같이 있더라도 부모의 대부분은 아이들을 쉽게 통제하기 위해 TV를 틀어 놓는다. 이처럼 생애 초기에 누려야 할 애정을 충분히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타인을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법을 모른 채 자라게 된다.

부모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떨어져 자라며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판단 능력을 갖추기 바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성장과 함께 TV와 각종 매체의 영향으로 극한적인 이기적 삶을 살아가는 자본가와 정부 관료, 상류층 인사들의 모습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런 삶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저자는 이 같은 폐해가 생겨나는 중요한 요인으로 전통적인 가정의 축소를 들고 있다. 편부모 가정의 경우는 특히 더하다. 그렇다고 해서 가부장의 권위가 앞서는 대가족 중심의 전통시대로 돌아가자는 말은 아니다. '아이가 진정으로 자신에게 귀를 기울여주고 관심을 보여줄 수 있는 애정 어린, 그리고 아이 곁에 함께 있어 주는 성인과 영속적인 관계를 적어도 하나는 경험'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부모의 역할은 '돈이 아닌 건강과 행복 측면에서 우리의 욕구의 틀을 다시 설정하'고 '사람들이 적은 소유로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도록 격려'하는, 말하자면 '이타주의를 멋진 태도라고 인식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방대한 인류학 자료들과 심리학 보고서들을 인용하는 이 책의 결론에 "글쎄, 그걸로 충분할까"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도 있겠지만 눈여겨볼 대목이 적지 않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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