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인미답의 타격 7관왕에 빛나는 롯데 이대호(29)는 올시즌에도 타격 3개 부문(타율 타점 최다안타)에서 선두를 굳히며 2년 동안 '10관왕'을 예약했다. 그러나 트레이드 마크인 홈런숫자가 크게 줄며 삼성 최형우(27개)에게 선두 자리를 내준 것이 옥에 티였다.
그러나 '빅보이'이대호의 자존심은 허무한 홈런왕 헌납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대호가 16일 청주 한화전에서 3연타석 대포(시즌 3호, 통산 32호, 개인 2호)를 쏘아 올리며 최형우와의 홈런 경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대호는 1회 투런, 3회 솔로, 4회에는 스리런포를 작렬하며 그야말로 신들린 듯한 홈런쇼를 펼쳤다. 만루홈런이 빠진 사이클링홈런을 기록한 이대호는 시즌 24, 25, 26호를 몰아치며 최형우를 1개 차로 압박했다. 더욱이 롯데의 전설 고(故)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의 발인 날이었기에 이대호에겐 더욱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이대호는 "최동원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꼭 우승을 차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대호는 1-0으로 선취점을 뽑은 1회 1사 2루에서 한화 선발 양훈의 2구째를 걷어 올려 비거리 110m 짜리 우중월 투런 아치를 그리며 '대포쇼'의 서막을 열었다. 지난달 24일 부산 KIA전 홈런 이후 23일 만의 '손 맛'은 오래 갔다.
팀이 4-6으로 역전당한 3회 선두 타자로 두 번째 타석에 선 이대호는 볼카운트 0-2에서 다시 양훈의 3구째 슬라이더(137㎞)를 통타해 중월 솔로포를 작렬했다. 이 홈런으로 통산 800타점(18번째)도 돌파했다.
그리고 5-7로 뒤진 4회 2사 1ㆍ2루. 이대호는 볼카운트 2-1로 몰린 상황에서도 바뀐 투수 장민제의 4구째 142㎞짜리 직구 실투를 놓치지 않고 벼락 같이 잡아당겨 이번엔 좌월 스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추격의 솔로홈런에 이어 역전 결승 3점포까지, 이대호로 시작해 이대호로 끝난 홈런 퍼레이드였다.
이대호의 3연타석 홈런은 지난 5월25일 부산 삼성전에서 정인욱을 상대로 기록한 이후 개인 통산 두 번째. 이대호는 6회 네 번째 타석에선 초구를 건드려 3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4연타석 홈런에 실패했다. 10-7로 앞선 8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중전안타를 기록하며 5타수 4안타(3홈런) 6타점을 쓸어 담았다. 타점은 107개째로 2위 최형우(97개)와의 격차를 10개로 벌렸다. 또 선두를 질주 중인 타율은 3할6푼1리까지 끌어 올렸고, 최다안타는 163개로 늘렸다.
그러나 이대호의 신들린 홈런쇼에도 롯데는 10-10 동점인 9회말 2사 1루에서 한화 가르시아에게 끝내기 투런포를 얻어 맞고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롯데는 한화전 6연승을 마감하며 16일 만에 3위로 떨어졌다.
잠실에서는 SK가 LG를 5-4로 따돌리고 이만수 감독대행 부임 이후 첫 5연승을 내달리며 8월 26일 이후 20일 만에 2위에 복귀했다.
목동에서는 넥센이 9회말 1사 만루에서 대타 고종욱의 생애 첫 끝내기 안타로 두산을 5-4로 꺾었다. 8회 대수비로 출전한 넥센 이숭용은 프로야구 사상 첫 한 팀 2,0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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