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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추석장사씨름 이변의 절정, 경기대 최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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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추석장사씨름 이변의 절정, 경기대 최정만

입력
2011.09.1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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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한가위 씨름축제는 '이변'으로 점철됐다. 경기대 3학년 최정만(21)이 모래판을 술렁이게 만든 주인공. 최정만은 금강급(90㎏ 이하)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물리치고 결승까지 올라 새로운 스타탄생을 예고했다. 결승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최정만은 하루 아침에 경기대 임직원과 동네 아저씨들 사이에서 유명스타가 됐다. 1980년대 이만기를 비롯한 대학장사들이 모래판을 호령했던 시대의 향수를 떠올리게 했던 최정만을 15일 경기대 수원 캠퍼스에서 만났다. 꿈에 그리던 순간을 눈앞에서 놓쳐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가능성을 확인한 청년장사의 눈에는 '젊은 에너지'가 가득했다.

어머니 태울 '꽃가마' 눈에 아른

최정만은 지난 11일 금강급 결승전에서 자신보다 13살 많은 베테랑 장정일(울산동구청)을 만났다. 첫 판을 되치기로 이겼지만 너무 흥분한 탓인지 이후 세 판을 내리 내주며 1품에 만족해야 했다. 최정만은 "아직도 맞은편에 놓여있던 꽃가마가 눈에 아른거린다"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결승전을 앞두고 최정만은 '꽃가마에 어머니를 태우고 장사 가운을 입은 자신은 뒤에서 만세를 부르는' 장면을 상상했다. 샅바를 잡은 뒤 매일 꿈에 그리던 순간이다. 그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얼굴을 꼬집어 보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정만은 몸이 불편해 경기장을 찾지 못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저 나오니까 꼭 TV 보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토록 고대했던 '꿈'이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최정만은 실망하지 않았다. "좋은 기회였지만 앞으로 열심히 하면 더 많은 기회가 꼭 올 거라고 생각한다."

가슴 아픈 출생의 비밀에도 꿋꿋

최정만은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어머니 이희숙(61)씨는 선천적으로 장애를 안고 태어난 2급 장애인이지만 최정만을 누구보다 밝고 건강하게 키워냈다. 최정만은 "추석대회가 끝나고 집에 가니 어머니가 '잘했다. 뿌듯하다'고 말하며 안아주셨다"며 고맙고 미안해했다. 어머니는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장한 아들'을 위해 오리고기까지 사놓았다. 최정만과 어머니 그리고 3급 장애인인 삼촌까지 12평의 안락한 집에서 조촐한 축하 파티를 열었다.

'미소천사' 별명을 가진 최정만에게도 가슴 아픈 출생의 비밀이 있다. 그는 "8살 때 친형이 말해줘 지금의 어머니가 저를 낳아주신 분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가슴 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최정만이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가 호적상 '큰엄마'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의 어머니가 아이를 낳지 못했고, 낳아주신 어머니는 가정형편이 좋지 못해 저를 맡겼다고 한다. 4살 때 호적을 완전히 옮긴 걸로 알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최정만은 추석대회를 마치고 집으로 오던 날에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만났다. 낳아준 어머니는 포도를 사 들고 집 앞에 서 있었고, 최정만은 '오셨어요'라는 인사말만 남겼다. 4년 만의 만남은 그렇게 지나갔다. 낳아주신 어머니의 집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있다는 최정만은 "어릴 때 출생 비밀을 알고 나서 원망을 많이 했는데 어려서인지 빨리 잊어버렸다"고 털어놓았다.

'긍정의 힘'이 '장사의 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정만이 밝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긍정의 힘' 때문이다. 최정만은 "긍정의 힘을 믿는다. 아무리 절박한 상황이라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세상은 살만한 것 같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추석대회 1품 상금 500만원을 받을 생각에 신이 났다. 생애 처음으로 상금을 받게 된 최정만은 "어머니를 비롯해 그 동안 저를 도와준 지인들에게 옷을 선물하려고 한다"며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최정만은 결승전에 오르기까지 모두 2-0으로 상대를 제압할 만큼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행여나 생길지 모를 자만심이 우려됐다. 그러나 그는 "항상 수원시청과 함께 훈련한다. 거기에는 임태혁, 이승호, 이주용 같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있다"며 "연습할 때 항상 밀리는데 어떻게 자만할 수 있겠냐"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기태(31ㆍ현대삼호중공업)가 최정만의 롤모델. 8차례 한라장사를 차지한 김기태는 올 시즌 3관왕을 차지하는 등 전성기 기량을 뽐내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때 김기태 장사가 캠프에 와서 샅바를 맞잡고 지도해준 적이 있다. '손이 좋아서 열심히 하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해줬던 게 어린 마음에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추석장사 상금 1,000만원을 기부한 김기태처럼 '욕심내지 않는 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힘과 체격에서는 실업팀 어느 선수와 붙어도 자신 있다는 최정만은 "승부의 세계에서만큼은 욕심을 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수원=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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