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저 높은 곳을 향하여'가 잔잔하게 울려 펴졌다.
아들 기호(21)씨가 환하게 웃고 있는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들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고인의 어머니 이정자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며느리 신현주씨의 부축을 받았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워 보였다.
영면의 시간이 다가오자 그 동안 의연하게 버티던 동생 최수원(KBO 심판위원)씨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70여 명의 가족, 친지, 그리고 옛 동료들은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며 하얀 장갑으로 눈가를 닦았다. 모두가 슬피 울었다. '무쇠팔'은 그렇게 고이 잠들었다.
16일 오전 6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의 영결식이 기독교 가족장으로 엄수됐다. 발인 예배를 주관한 김명수 평강교회 목사는 "고인은 암 투병 중에도 늘 용기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을 걱정했다"며 "최동원이라는 최고의 투수를 만나 우리 모두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상일 사무총장을 비롯한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 롯데와 한화 구단 직원들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양상문 전 롯데 감독, 1988년 고인과 함께 삼성으로 트레이드 됐던 김성현 인창고 코치도 유족의 뒤를 쫓았다. 85, 86년 롯데에서 고인과 한솥밥을 먹었던 양 전 감독은 "동원이형은 한국 최고의 투수였다"며 "마지막까지도 야구만 바라보다 가셨다. 너무 안타깝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장지로 가는 길은 차분했다. 발인 예배를 마친 뒤 고인을 태운 운구차는 경기 벽제 화장장으로 향했다. 시신이 화장장으로 들어갈 때 유족들은 관 위에 유니폼 두 벌과 낡은 글러브를 고인과 함께 보냈다.
고인이 현역시절 입었던 롯데의 흰색 홈 유니폼과 푸른색 원정 유니폼이었다. 천상의 마운드에 서기 위한 '준비물'이었다. 한 줌의 재로 변한 '불세출의 스타'는 장지인 경기 고양시 청아공원 기독교관에 영원히 묻혔다.
롯데는 30일 부산에서 열리는 두산전을 '최동원의 날'로 정하고 고인의 현역 시절 활약상을 영상으로 제작해 전광판을 통해 상영한다. 9월30일은 고인이 한국시리즈 사상 첫 완봉승을 거둔 84년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렸던 날이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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