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김종영 선생은 '창조란 낱말은 나에게 없다. 자연의 물체가 자연스럽게 있듯이 나의 조형세계도 그런 방향을 추구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건축 탐방에선 이대로만 하시면 됩니다. '건물'보다는 '자연'을 보세요."
'땅콩집 건축가'로 유명한 이현욱 광장건축 소장이 16일 일일 가이드로 나섰다. 올해로 다섯번째를 맞은 서울문화예술탐방의 '건축 탐방'이 무대다. 서울문화재단이 숨어 있는 서울의 명소들을 시민들에게 알리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서울문화예술탐방은 9일부터 건축, 미술관, 문학, 영화, 박물관 등 5가지 테마로 나눠져 진행되고 있다.
이 소장은 이날 '자연과 하나 되는 디자인'이란 주제로 서울 종로구의 김종영 미술관과 미메시스 아트하우스, 다빈치 힐을 차례로 들러 30여명의 참가자들에게 해당 건축물을 꼼꼼하게 소개했다. 그는 "세 건물은 자연과 조화로운 게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산 산자락 위에 자리한 김종영 미술관은 산세를 살려 설계해 한 건물 안에 높이가 다른 공간이 여러 개 존재한다. 미메시스 아트하우스는 바위나 지형 등 부지의 특성을 보존해 달라는 건축주 요청에 따라 아예 경사에서 비켜 지었다. 북악산 경치를 보기 위해 남향을 포기하고 북쪽으로 마당을 낸 다빈치 힐에서도 주변 경관과의 조화에 힘쓴 흔적이 역력했다.
"도심을 둘러보면 산 위에 높은 건물을 올리거나 골프 연습장을 지어서 주변에 녹아 들지 않는 건축물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아요. 높고 크고 넓은 게 다가 아닙니다. 공공성을 살리는 건축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합니다."
사실 그의 머릿속에 자연과의 조화를 살려 지은 건축물의 으뜸은 따로 있다. 전남 담양에 있는 민간 정원 '소쇄원'이다. "소쇄원은 주변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정원 중심을 그대로 통과합니다. 인공과 자연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최고의 공간이죠."
'건축은 건물이 아니라 자연을 향해야 한다'는 이 소장의 지론은 땅콩집 건축에서도 일찌감치 확인됐다. 마당 하나를 공유하면서 두 가구가 같이 사는 주거 양식인 땅콩집은 '아파트 값으로 단독 주택에서 살 순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나온 묘안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넓은 평수에 사는 것보다 마당에서 흙을 밟고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땅콩집 건축으로 이어졌다.
땅콩집의 인기로 졸지에 유명세를 탄 이 소장은 '건축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싶어 바쁜 시간을 쪼개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짧게나마 땅을 밟고 살아 보니 좋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에게 아파트 외에도 다양한 주거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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