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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판과 해이가 키운 대규모 정전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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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판과 해이가 키운 대규모 정전사태

입력
2011.09.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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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멸적 자연재해와 잇단 전산망 사고, 빈번해진 북한 도발 등 국가적 재난과 위기의 우려는 높아지는데 정부의 안일한 대응은 도무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공무원이든 공공부문 종사자든 직역의 존재 이유에 대한 기본적 인식과 기강이 흐트러진 탓이다. 전국적 정전대란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일으킨 이번 전력관리 사고도 그래서 빚어졌다. 타성과 무사안일, 주먹구구식 업무처리가 만연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의 직접 원인은 한국전력거래소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다. 그제 30도를 웃돈 늦더위로 전력수요가 폭증한 끝에 오후 3시쯤 공급능력(7,071만㎾) 대비 순간 예비전력이 148만㎾까지 떨어졌다. 거래소 내 전력공급 컨트롤타워인 중앙급전소의 비상상황 보고에 염명천 거래소 이사장은 곧바로 '순환정전(강제단전)'을 지시했다. 비상 매뉴얼엔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지면 일단 비상상황에 돌입하고, 100만㎾ 이하로 내려가야 단전토록 돼 있으나 그 사실은 무시됐다. 근무자들도 이사장의 오판을 무비판적으로 따랐을 뿐이다.

거래소의 실수는 오판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별 강제단전의 파장을 감안해 단전 시행 전에 지식경제부 장관에 보고토록 돼 있는 지침도 어겼다. 상황을 좀 더 분석해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지경부의 전력수요 예측도 안일했다. 여름철 냉방수요 등을 감안해 설정한 비상전력수급기간(9일까지)이 끝나자 비상시 대응업무에 손을 놓았다. 전력수요 예측은 월드컵경기 같은 일시적 수요까지 감안해 시시각각 조정돼야 하지만 당일 낮 폭염예보는 무시됐다.

지경부의 안일과 거래소의 타성은 발전회사의 주먹구구식 업무처리로 이어졌다. 발전설비 가동 중단은 전력수급 판단주체인 거래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일방적으로 23개 발전소 가동을 중단해 발전용량 부족사태를 초래했다. 우리는 이미 7월말 중부지역 물폭탄사태 때 상시적인 수해 및 침수관리 태세의 부재가 재앙을 낳았음을 확인했다. 이번 정전사태의 원인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엄중히 문책하고 근무기강을 세워야 위기관리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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