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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블랙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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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블랙아웃

입력
2011.09.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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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대규모 정전 사태 속에 '블랙아웃(Blackout)'용어가 눈에 띄었다. 전력거래소는"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순환 정전을 했다"고 밝혔다. 무차별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미리 마련한 계획에 따라 선별적 단전 조치를 했다는 해명이다. 혼란과 불편을 겪은 국민에겐 그게 그거지만, 구체적 경위가 궁금했다. 그러나 감독기관인 지식경제부 장관은"전력수급 예측을 잘못하는 바람에 국민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 송구하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드물게 신속한 사과가 언뜻 대견하지만, 단지 오판(誤判)이 문제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 블랙아웃은 술에 취해 의식을 잃거나, 필름이 끊긴 상태를 이를 때도 쓴다. 대규모 정전에 따른'암흑 천지'를 일컬을 때보다 의미심장한 느낌이다. 전기가 그저 어둠을 밝히고 동력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통신 컴퓨터 등 사회의 두뇌를 움직이는 현실에 비춰 보면"1970년 대 후진국형 사고"라는 개탄이 오히려 부적절하게 들린다. 정전이 일상적이던 그 시절이나 후진적 사회는 정전 피해도 크지 않다. 실제 블랙아웃은 미국을 비롯해 전력산업 선진국일수록 국가적 이슈로 논란된다. 그만큼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 태풍 홍수 등 천재지변이나 발전소 송전선 사고 등에 따른 불가피한 블랙아웃은 크게 논란거리가 될 게 없다. 공급 능력을 늘려 적정한 예비 전력을 확보하면 된다. 이게 근본적으로 바뀐 계기는 1990년대 영국 미국이 앞장선 전력산업 민영화, 이른바'전력 자유화'다. 정부와 공기업이 맡던 발전과 송ㆍ배전, 전력 거래를 민간에 개방해 경쟁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안정적 전력 공급에 치중해 과잉설비와 과다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시스템을 개혁, 경제적 전력 공급을 꾀한다는 명분이었다. 유럽 등의 여러 나라가 뒤따랐고, 우리도 1999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착수했다.

■ 그러나 전력 자유화를 실시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2000년부터 1년 이상 대규모 블랙아웃이 되풀이되는 전력 위기를 겪었다. 민간업자들이 갖가지 시장 조작(manipulation)을 통해 정상적 전력 공급과 가격 결정을 방해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영국 등에서도 민간기업이 설비투자와 유지ㆍ보수에는 소홀한 채 전기 값만 올려 안정적 전력 공급에 역행한다는 비판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한전과 발전회사, 전력거래소를 나누는 구조개편만 하고 민영화는 유보한 상태다. 이런 어정쩡한 시스템이 정전 사태와 무관한지, 객관적 전문가들의 의견이 궁금하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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