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한 명의 공명심이나 판단착오로 소속 금융기관에 천문학적 손실을 끼친 대형 금융사고가 UBS 은행이 처음은 아니다. 마우스 클릭 한 번 잘못해 232년 전통의 은행이 파산하는가 하면, 공무원 한 사람의 실수로 지방정부가 부도에 내몰린 예도 있다.
역사상 가장 큰 사고를 친 트레이더는 2008년 선물거래로 72억달러 손실을 낸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은행의 제롬 케르비엘. 당시 33세의 케르비엘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일을 맡았는데, 가짜 거래로 회사의 눈을 속이며 유럽증시지수 선물에서 정해진 한도 이상의 거래를 계속하다 손해를 눈덩이처럼 키웠다.
영국에서 가장 역사 깊은 투자은행이었던 베어링스를 단번에 파산으로 몰고 간 닉 리슨도 '악마의 손'으로 불린다. 1995년 싱가포르 지점 선물거래인으로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던 리슨은 닛케이 지수 선물에 거액을 베팅했다가 고베 대지진 여파로 13억달러를 잃었다. 이 사건으로 파산한 베어링스는 ING에 단 1달러에 매각되는 굴욕을 맞았다. 같은 해에는 일본 다이와 은행 채권 트레이더 이구치 도시히데가 허가받지 않은 채권거래를 일삼다가 11억달러의 손해를 냈다.
세계 구리시장 거래의 5%를 담당하며 '미스터 구리'라고 불리던 일본 스미모토 상사의 하마나카 야스오는 96년 10여년간 회사의 허가 없이 구리선물 거래를 하다 26억달러의 손실을 입혔다. 94년에는 미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회계 담당자 로버트 시트론이 채권ㆍ파생상품에 투자했다 17억달러의 손실을 냈다. 이 때문에 부촌으로 이름 높던 오렌지카운티는 공무원 급여와 연금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고, 결국 연방정부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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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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