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의 음악 한 곡에는 드라마 한 편이 담겨있다.
단순한 사건, 에피소드에 반복적으로 몰입하는 요즘의 아이돌 음악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대중가요 한 곡에 주인공들의 삶과, 사랑의 역사 전부가 그려지는 것이야말로 김태원 음악의 매력이다. 그래서 김태원의 음악을 들으면 '잘못한 일들'이 떠오르고 착해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랑할수록'의 첫소절은 멀리서부터 음이 서서히 다가와 묵직하게 내려앉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벌써 마음은 순수와 그리움의 과거로 향해간다.
누군가에게 미안했던 일들, 다시 돌이킬수 없는 인연, 소중한지 미처 몰랐던 젊은날의 추억. 문득 눈가가 뜨거워진다.
대부분의 대중가요는 가사가 리얼하다. 사랑에 빠지면 "유행가 가사가 다 내 이야기같다"고 느끼는 것도 정곡을 찌르는 감정표현 때문이다.
그런데 김태원의 가사는 조금 다르다. 그의 가사는 생각하게 만든다. 가사에 여백이 많은 것이다.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가기를…'(네버 엔딩 스토리)
'한 장의 사진만 기억하는 거라면 그대가 담겨진 사진이겠죠. 난 기다렸었고 널 기다리던 그 아름다웠던 그림이 있는 사진'(흑백사진)
'아이가 눈이 오길 바라듯이 비는 너를 그리워 하네'(비와 당신의 이야기)
'한참 동안을 찾아가지 않은 저언덕 너머 거리엔 오래전 그 모습 그대로 넌 서있을 것 같아'(사랑할수록)
'잠들어 있던 날 보던 너와 내 꿈에 있던 너의 모습이'(아름다운 사실)
가끔 김태원의 노래가 다 비슷하다거나, 록음악이 아니라는 이야길 듣는데, 아마도 가사에 나와있는 일관된 '그리움'의 정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 점이야말로 김태원만의 정서이고, 바로 그 점을 팬들은 좋아하는게 아닐까.
무엇이 김태원을 이렇게 남다르게 만들었는지 가끔 궁금하다. 각종 자료에 나와있는 그의 이력은 특별히 불우하거나, 특별한 교육을 받은 것 같지도 않다. 다만 그의 가사를 통해 유추해보건데, 혼자 정말 공상을 많이 한 소년이었을것 같고 하늘도 많이 봤을것만같다.
역시 뛰어난 작곡가인 김광진(더 클래식)은 우리 프로그램에 나와서 김태원을 이렇게 평했었다.
"김태원의 작곡스타일은 기존 다른 작곡가들의 스타일과 달라요. 특히 '네버 엔딩 스토리'는 어떤곡보다 뛰어납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다른 작곡가임에 틀림없어요."
최근 예능과 음악면에서 맹활약을 하는 김태원을 보면,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10여년에 걸친 긴 슬럼프 기간 중 이런 날이 오리라고 그는 과연 알았을까.
하지만 우리 팬들은 그런 그의 아픈 시간 덕분에 아름다운 음악과 최근에는 보너스로 '웃음'까지 선물받고 있다. 너그러움과 사랑. 요즘의 김태원은 참으로 따뜻하고 사랑이 많아보인다. 아름답다.. 이젠 깨지지 않을 단단한 보석이 된 것이다.
그의 노래말 그대로 김태원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조휴정 KBS 해피FM106.1 '즐거운 저녁길 이택림입니다'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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