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3박4일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유니세프 친선대사는 16일 "남북 합동 교향악단의 연주를 정례적으로 추진하기로 북한 조선예술교류협회와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이날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방북은 남북의 젊은 음악가들이 서로 만나게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북한도 음악교류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교향악단은 같은 수의 남북 연주자로 구성될 예정이다.
정 감독은 "남북 정부의 승인을 전제로, 젊은 음악가들이 서울과 평양에서 번갈아 열흘 정도 함께 생활하며 연습해 연말 합동 공연을 만들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합동 교향악단의 정례 연주회 성사 가능성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이에 반대한다는 소식은 아직 못 들었으니 희망을 갖고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또 조선예술교류협회와 젊고 유능한 음악가를 발굴ㆍ육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방북에서 북한의 신생 오케스트라인 은하수관현악단과 7시간 동안 리허설을 갖고 오디션도 진행했다. 그는 "13일 리허설에서 연주한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은 북한 연주자들이 처음 연주하는 것인데, 그들의 음악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고 전했다. 또 14일 은하수관현악단의 단원 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오디션과 관련, "매우 정확하고 확실한 것을 추구하는 북한의 교육 시스템을 체감할 기회였다"며 "탁월한 기량의 일부 단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북한과의 음악 교류는 평생 원해온 일인데 항상 정치적 이유로 무산됐다. 이렇게 기회가 온 걸 감사한다"고 말했다. 함께 방북했던 김주호 서울시향 대표이사도 "이번 방북은 민간차원의 예술교류가 목적으로 북한 최고위층은 만나지 않았다"며 "정치적 의미를 배제하고 큰 마음으로 음악을 해야 다른 문제가 작아진다"고 강조했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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