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국석유공사와 아부다비석유공사의 양해각서(MOU) 및 계약 체결로 절정에 달했던 해외 에너지 자주개발사업에 역풍이 불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참여한 이라크 쿠르드 자치구역 유전개발사업이 사실상 좌초, 4억 달러의 손실을 안게 됐고, 민간업체인 KMDC의 미얀마 가스전 개발사업도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ㆍ가스전 개발사업은 애초에 성공확률이 그리 높지 않은 게 국제적 경험이다. 더욱이 실패 자체보다는 성공 가능성에 대한 과장된 기대가 실망을 크게 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위의 두 실패가 애초에 상정한 위험부담 범위 안이라면, 공기업인 석유공사의 실패와 그에 따른 손실을 두고 경영 책임을 따져 묻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의 해외 에너지 자주개발이 두 차례의 석유위기나 국제 광물자원 공급 부족 등 객관적 요인만이 아니라 정권의 의지에 따른 주관적 요인에도 크게 좌우된 게 사실이다. 또한 그런 정권의 의지를 이유로 위험부담이 과소 평가되거나 자주개발 출발점인 MOU 체결 단계에서부터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이 과장돼 왔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서는 '자원ㆍ에너지 외교'가 최우선 대외 과제로 떠올랐고, 이명박 대통령이 으레 양해각서나 계약 체결 현장에 몸소 등장했다는 점에서 그런 의심을 쉬이 지울 수 없다.
따라서 석유공사가 떠안을 거액의 손실이 정권의 뜻에 추종하기 위한 허술한 리스크 평가와 무리한 사업 추진에서 싹텄다면 관계자들의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 일찌감치 사업성이 없다는 관련기관의 보고서가 나온 뒤에도 KMDC가 적극적으로 탐사ㆍ개발권 수주에 매달리고, 정권 실세가 이를 측면 지원한 의혹도 샅샅이 밝혀 마땅하다.
자원빈국의 처지에서 안정적 에너지 확보를 위한 일정 수준의 해외 자주개발은 불가피하다. 자주개발 비율을 일본처럼 20%선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타당하다. 그러나 실제 개발사업은 위험부담과 수익에 대한 엄밀한 기술적 검토를 잣대로 돌다리 두드리듯 해야지, 정부 손짓대로 어설프게 덤벼들었다가는 결국 국민 허리만 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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