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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슬플 땐 매운 떡볶이' 너무 슬퍼 눈물이 날 때 죽을 만큼 매운 떡볶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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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슬플 땐 매운 떡볶이' 너무 슬퍼 눈물이 날 때 죽을 만큼 매운 떡볶이를

입력
2011.09.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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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땐 매운 떡볶이/강정연 글ㆍ김미희 그림/비룡소 발행ㆍ초등 3학년부터ㆍ9,000원

인간에겐 각각의 생애주기를 지배하는 '관계'가 있다. 유아동기에는 엄마와의 관계가, 청년기에는 연인과의 관계가 존재의 전 우주가 된다. 반면 청소년기에 이 지위는 친구가 차지한다.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공맹시절부터 누누이 강조돼온 바이지만, 특히 요즘처럼 외둥이들이 대세인 때는 더더욱 이 관계가 치명적이다.

초등학교 6학년 단짝 소녀들의 우정을 그린 장편동화 <슬플 땐 매운 떡볶이> 는 무엇보다도 단숨에 읽히는 재미가 있다는 게 장점이다. 엄마가 없는 꺽다리 선머슴 강산하와 한 쪽 다리에 장애가 있어 빨리 걷지 못하는 똘똘이 요조숙녀 진솔희가 9년간 아파트 아래위층에 살면서 흡사 샴쌍둥이처럼 밀착된 우정을 나누는 과정이 발랄한 입말체의 문장과 통통 튀는 살아있는 캐릭터, 감정과 사건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두 소녀가 벌이는 사건들은 소녀시절 누구나 한번쯤 벌여봤을 깜찍한 소동들이다. 운동장에서 치마 입고 넘어진 솔희의 땡땡이 팬티를 놀리는 짓궂은 남자아이를 혼내주는 산하, 산하의 첫 생리를 축하하기 위해 벌이는 둘만의 파자마 파티, 솔희 엄마 몰래 서로 화장해주기, 부산으로 이사 가는 솔희와의 이별을 앞두고 둘만의 바닷가 여행 계획하기, 너무 슬퍼 눈물이 앞을 가릴 땐 죽을 만큼 매운 떡볶이 만들어 먹기 등등.

'감성의 성장판'을 자극하는 일련의 소소한 사건들이 두 소녀들을 쑥쑥 키워가는 과정이 어른에게도 새삼 친구의 소중함을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다. 훗날 인생의 든든한 밑천이 될 성장기의 끈끈한 우정을 딸에게 선물하고 싶다면, 한번쯤 읽혀볼 만한 동화다. <건방진 도도군> 으로 비룡소의 '황금도깨비상'을 받은 강정연 작가가 썼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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