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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신시장 쟁탈전 "악마와도 손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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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신시장 쟁탈전 "악마와도 손을 잡아라"

입력
2011.09.1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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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후는 14일(현지시간) 인터넷 광고시장에서 경쟁관계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 미국내 최대 통신서비스 업체인 AOL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온라인광고 시장에서 '큰 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이들 3사는 이르면 올 연말부터 온라인 광고를 교류할 계획이다.

# MS가 모바일 겸용 '윈도8' 운영체제(OS)를 발표한 13일, 인텔은 구글과 협력을 전격 발표했다. MS와 인텔은 오랜 기간 '윈텔(윈도+인텔)동맹'이란 말까지 나올 만큼 PC쪽에서 끈끈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던 사이. 하지만 인텔은 MS의 최대 경쟁자인 구글과 오히려 손을 잡은 것이다. 신시장 창출을 위해선 오랜 친구(MS) 보다, OS의 중심으로 성장한 새 친구(구글)를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글로벌 IT시장은 지금 사상 유례없는 전쟁상태. 그러다 보니 더 이상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어 졌다. 업체마다 필요하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으려는 태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MS-야후-AOL 삼각동맹이 만들어진 표면적 이유는 시너지를 통한 수익 창출. 하지만 실제 타깃은 구글이다. 이들의 전략적 제휴 내용을 살펴보면 그 동안 외주 대행사에 맡겨왔던 온라인 광고를 직접 관리하고 상호 판매하면서 수익까지 공유한다는 구상이다. 대행사에 지불됐었던 수수료를 3사가 나눠 갖겠다는 얘기다.

3사는 그 동안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여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구글과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형서비스(SNS) 물결을 타고 급성장하면서, MS 야후 등의 점유율은 하락추세다. 시장조사업체인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포털 등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10%포인트나 추락, 내년에는 21% 정도에 머물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같은 기간 구글과 페이스북 등은 점유율은 26.5%까지 끌어올렸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의 카스텐 웨이드 애널리스트는 "이들 3사의 제휴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빠른 성장세를 둔화시키려는 데 일차적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텔이 오랜 동지였던 MS 대신 구글을 선택한 것 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최강자가 된 애플을 견제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구글은 인텔의 초소형 연산처리장치(MPU)인 아톰을 채용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 이번 제휴로 인텔은 PC에 치중돼 있는 칩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 확대하고, 구글도 독자 스마트폰 개발의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앤디 루빈 구글 수석 부사장은 "인텔과의 협력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당초 노키아와 함께 MPU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었지만 노키아가 MS와 제휴를 선언하자, 구글에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일본의 NTT도코모, 후지츠 등과 손잡고 통신용 반도체 공동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 분야의 최강자인 퀄컴에 대항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합종연횡, 동맹구축의 중심에 애플과 구글, MS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 애플은 원래부터 제휴 없는 독자행보를 이어왔지만, 구글과 MS는 애플에 맞서기 위해 혹은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계속 연합세력을 만들어가는 형국이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가 주력으로 떠오르면서 생긴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업체들간의 제휴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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