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테니스 세계랭킹 1위 캐롤라인 워즈니아키(21ㆍ덴마크)가 또 다시 그랜드슬램대회 악연에 눈물을 뿌렸다. 2011 US오픈테니스 준결승에서 서리나 윌리엄스(29ㆍ미국)에 0-2로 완패,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48주째 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워즈니아키로서는 체면이 안 서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랭킹점수에서는 2위 마리아 샤라포바(24ㆍ러시아)를 3,000여점차 앞서 당분간 여제 자리를 위협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최근호에서 워즈니아키처럼 4대 그랜드슬램대회(호주, 프랑스, 윔블던, US오픈)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불운의 남녀 스타 18명을 선정했다. 이들은 모두 세계정상급 기량을 갖췄으나 메이저 우승컵을 따내지 못하고 쓸쓸히 은퇴의 길을 걸어야 했다.
우승컵만 127개인데 메이저 단식 결승은 한번 경험
▦팜 슈라이버(미국)
모두 127개의 타이틀을 따냈다. 이중 단식 21개, 복식 106개에 달할 만큼 철저히 '복식 전문'으로 평가 받았다. 슈라이버의 복식파트너는 '철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 이들은 1983∼85년 여자 복식 109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 슈라이버는 그러나 단식 랭킹도 3위에 오를 정도로 만능플레이어였다. 메이저대회 준결승 진출은 모두 7번. 결승진출은 단 한 번뿐이다. 1978년 16세의 나이로 US오픈 우승컵에 다가갔으나 크리스 에버트(미국)에게 밀렸다.
번번이 그라프에 발목 잡혀 92년엔 셀레스에 완패
▦메리 조 페르난데스(미국)
93년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 페르난데스와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혈투를 펼쳤다. 1-1로 맞선 가운데 3세트 페르난데스가 게임스코어 4-3으로 앞서고 있었다. 우승컵에 먼저 다가갔지만 그라프가 내리 3게임을 따내 경기를 뒤집었다. 그라프는 90년 호주오픈 결승에서도 페르난데스를 꺾었다. 페르난데스는 92년 호주오픈 결승에선 모니카 셀레스(미국)에게 완패, 메이저대회와 끝내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4 프랑스오픈 결승, 더블폴트 남발 자멸
▦엘레나 데멘티에바(러시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단식 챔피언. 단식 타이틀만 16개. 랭킹 3위. 데멘티에바의 화려한 이력이다. 2004년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아나스타샤 미스키나(러시아)와 맞붙었으나 더블폴트 10개, 에러 33개를 남발해 자멸했다. 같은 해 US오픈 결승에도 올랐으나 이번엔 허벅지 부상으로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러시아)에게 무릎을 꿇어야 했다.
역대 랭킹 1위 중 유일한 메이저 무관
▦마르셀로 리오스(칠레)
랭킹 포인트를 산정하는 제도가 도입된 1973년 이후 남자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선수는 모두 25명이다. 리오스는 1998년 6주간 랭킹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리오스는 역대 랭킹1위 선수 중 유일하게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채 코트를 떠났다. 98년 딱 한 번 호주오픈 결승에 올랐지만 페트르 코르다(체코)에 0-3으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6년 연속 톱10, 99년 전성기도 외면
▦토마스 엔케비스트(스웨덴)
프로통산 15년 동안 19개의 단식우승컵을 쓸어 담았다. 6년 연속 톱10에도 이름을 올렸다. 특히 99년이 엔케비스트의 전성기였다. 그 해 들어올린 우승컵만 3개. 랭킹은 4위로 치고 올랐다.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대회(호주오픈) 결승에도 올랐으나 예브게니 카펠리코프(러시아)에 1-3으로 덜미를 잡혔다.
이밖에 토드 마틴(미국), 팀 헨만(영국), 마크 필리포시스(호주) 등이 억세게 재수 없는 스타에 이름을 올렸다. 마틴은 99년 US오픈 결승에서 앤드리 애거시(미국)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2-1로 앞서 챔피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내리 2세트를 내주며 주저 앉은 데 이어 94년 호주오픈 결승에서는 피트 샘프러스(미국)에게 챔피언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88서울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밀로슬라프 메시르(체코)도 빼놓을 수 없다. 메시르는 86년 US오픈과 89년 호주오픈 결승에 올랐으나 모두 이반 렌들(체코)을 만나 분루를 삼켰다.
여자부에선 아만다 코에차(남아공)가 인상적이다. 코에차는 키 1m58로 단신이었지만 특유의 '깡'으로 상대를 침몰시키는 파이팅이 돋보였다. 88년 데뷔해 92년 랭킹 20위권에 진입한 이후 10시즌 연속 톱 랭커에 합류했다. 97년 랭킹 3위에 오르기도 했다. 18개의 단ㆍ복식 타이틀을 안았다. 안케 후버(독일), 웬디 턴블(호주), 로즈마리 카살스(미국), 안드레아 예거(미국)등도 불명예 스타에 포함됐다. 이중 예거는 80년 16세로 랭킹 2위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예거는 그러나 87년 어깨 부상으로 은퇴한 이후 2006년 수녀로 변신해 사회봉사활동에 전념, 화제를 모았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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